미·유럽에선 동상 끌어내리는데 독일에 들어선 레닌 동상

미·유럽에선 동상 끌어내리는데 독일에 들어선 레닌 동상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6-21 09:51
수정 2020-06-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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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서부 겔젠키르헨 시의 맑시스트레니니스트 독일당(MLPD) 본부 앞에 20일(현지시간) 제막된 볼세비키 혁명 영웅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의 동상이다. 플래카드에는 ‘반공주의에 한 치의 틈도 내주지 말자’라고 적혀 있다. 겔젠키르헨 EPA 연합뉴스
독일 서부 겔젠키르헨 시의 맑시스트레니니스트 독일당(MLPD) 본부 앞에 20일(현지시간) 제막된 볼세비키 혁명 영웅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의 동상이다. 플래카드에는 ‘반공주의에 한 치의 틈도 내주지 말자’라고 적혀 있다.
겔젠키르헨 EPA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과거 식민지 착취에 앞장섰거나 인종차별에 동참한 인물들의 동상이 성난 군중에 의해 끌어내려지는 가운데 독일에서는 동상 하나가 세워져 눈길을 끈다. 바로 볼세비키 혁명 영웅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이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서부 겔젠키르헨에 있는 소수 극좌파 정당인 맑시스트레니니스트 독일당(MLPD) 본부 앞에 세워졌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동상 옆에는 ‘반공주의에 한 치의 틈도 내주지 말자’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시 당국은 당연히 동상 설치에 반대했다. 이를 막기 위해 법원에 금지 명령을 내고 해시태그 ‘#레닌을위한곳은없다’를 이용해 온라인 선전전도 펼쳤다.

하지만 법원은 금지 신청을 기각해 이날 동상이 세워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레닌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이끌어 1924년 숨을 거둘 때까지 통치했고, 요시프 스탈린이 승계했다. 공산 혁명의 상징으로 떠받들어지기도 했지만 옛소련의 극단적인 인권 탄압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독일은 동서독으로 분단돼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전까지 수십년 대치해 왔다.

이날 세워진 동상은 1957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은 그동안 열심히 입씨름을 벌였지만 평행선을 내달렸다. 프랑크 바라노프스키 키젤키르헨 시장은 동상에 반대하는 시의회가 유튜브에 올린 일련의 동영상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나라에서 유물들을 뒤돌아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21세기의 눈으로 볼 때 독재자가 길가에 세워지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힘겹기만 하다. 그런데 불행히도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입도 벙긋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비 페츠트너 MLPD 의장은 AFP 통신에 레닌을 “세계사적 중요성을 지닌, 시대를 앞서간 사상가이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일찍이 싸운 전사”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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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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