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생산성 떨어져 도살될 암탉 구하기, 코로나 와중에도 줄 이어

계란 생산성 떨어져 도살될 암탉 구하기, 코로나 와중에도 줄 이어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8-21 09:32
수정 2020-08-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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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서머싯에 사는 사라 치드윅은 20년 전부터 이따금 닭을 기르다 이번에 ‘암탉에 새 출발을’ 캠페인에 참여했는데 자녀들의 정서 함양에도 좋다고 했다. 사라 치드윅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영국 서머싯에 사는 사라 치드윅은 20년 전부터 이따금 닭을 기르다 이번에 ‘암탉에 새 출발을’ 캠페인에 참여했는데 자녀들의 정서 함양에도 좋다고 했다.
사라 치드윅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1일 오전 9시 30분(한국시간) 현재 32만 4196명, 누적 사망자는 4만 1489명이다. 감염자 규모로는 세계 14번째, 희생자는 미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다.

그런데 어쩌면 한가하달까, 느긋해 보이는 캠페인에 사람들이 매달리고 있다. 생후 72주가 지나 계란 낳는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해 도살되는 일만 남은, 농장이나 양계장의 암탉들을 가정에 입양하는 캠페인 ‘암탉들에 새 출발을’이다. 지난 2008년 런던에서 시작됐는데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따라 봉쇄령이 내려진 지난 3월부터 동참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이어 5만 2000여명에 이르렀다고 BBC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재키 한 캠페인 사무국장은 지난 3월 너도나도 계란 사재기에 나서 품귀됐을 때 참가 희망자들이 폭증해 처음으로 대기자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생산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계란을 낳을 수 있는 암탉을 직접 길러 계란을 확보하고, 집에 갇혀 심심해 하는 아이들의 정서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최근 봉쇄령이 완화된 뒤에도 꾸준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 국장도 켄트주의 집 뒷마당에 80마리의 암탉을 풀어 기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주에도 332마리의 암탉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해 바쁜 한 주가 될 것”이라며 “서머싯의 한 농장에서 오리 800마리를 받아 새 집을 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3월 이후 새로 신청한 사람이 9480명이며 이들이 입양하겠다고 밝힌 암탉 숫자가 5만 2106 마리라고 했다. 가장 많았던 한 주에만 4000건이 접수됐다.
영국 서머싯에 사는 사라 치드윅은 20년 전부터 이따금 닭을 기르다 이번에 ‘암탉에 새 출발을’ 캠페인에 참여했는데 계란을 구하겠다는 것보다 반려 동물로서 대하며 느끼는 행복감이 크다고 말했다. 사라 치드윅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영국 서머싯에 사는 사라 치드윅은 20년 전부터 이따금 닭을 기르다 이번에 ‘암탉에 새 출발을’ 캠페인에 참여했는데 계란을 구하겠다는 것보다 반려 동물로서 대하며 느끼는 행복감이 크다고 말했다.
사라 치드윅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한 국장에 따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닭 한 마리당 2㎡의 개활지 등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여우의 습격으로부터 보호할 만한 시설과 야간 잠금 장치가 갖춰져 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첨부해야 하는데 일부 위조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끈다고 했다. 의심스러운 사례들에는 어떻게든 최근에 촬영된 것이란 점을 증빙하라고 요구한다.

봉쇄령이 완화된 뒤에 일부 참가자들은 닭들을 입양한 것을 후회하며 극단적인 방법으로 닭들을 처분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밤이 되기 전 닭장 문을 슬쩍 열어 여우에게 당한 것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한 국장은 “끔찍한 방법이며 필요없는 일”이라며 “후회가 돼 돌려주고 싶으면 우리는 늘 되찾아 온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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