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중동,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하나

일촉즉발 중동,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하나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0-01-06 07:15
수정 2020-01-0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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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80여곳서 “중동 전쟁 반대”
美 80여곳서 “중동 전쟁 반대”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이란 군 최고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가 숨진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퍼싱 광장에 모인 미국 반전시위자들이 ‘중동에서의 어떤 군사행위에도 반대한다’는 문구가 담긴 깃발과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EPA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군이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군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요인을 폭격해 살해한 데 대해 이라크 의회가 5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군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날 가결된 결의안은 “이라크 정부는 모든 외국 군대의 이라크 영토 내 주둔을 끝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그 군대가 우리의 영토와 영공, 영해를 어떤 이유에서든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라크 의회의 결의는 구속력이 없어 정부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원 내각제인 이라크의 통치 체계상 정부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가 이날 의회의 결의를 근거로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요구해도 미국 정부가 이를 수용할 지는 불확실하다.

이라크 의회는 외세를 배격하는 민족주의 성향의 정파와 친이란 시아파 정파가 주도해 이날 미국 철수 결의안은 가결이 예상됐다.

로이터통신은 수니파와 쿠르드계열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시아파 출신 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날 긴급회의에는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도 출석해 지지를 표시했다.

이라크 총리실은 “총리가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이라크 여러 부처의 당국자들이 외국군 철수 결의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적 단계의 윤곽을 잡는 문서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라고 발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라크 의회의 표결에 실망했다면서 “(이 결의의) 법적 효력을 명확히 밝히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라크 지도자들이 양국의 경제, 안보적 관계의 중요성을 재고하기를 강하게 촉구한다”며 “ISIS(IS의 옛 명칭)를 격퇴하는 국제적 동맹의 주둔도 계속돼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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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시아파 무슬림들이 3일(현지시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미군의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파키스탄의 시아파 무슬림들이 3일(현지시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미군의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현재 이라크에는 미군 약 5200명이 12개 군기지에 분산해 주둔한다. 이들은 IS 잔당을 격퇴하고 이라크군을 훈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PMF) 부사령관을 폭격해 살해하자 이라크 정부는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적성국 요인에 대한 암살 작전에 기밀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라크 영토 안에서 미군이 이라크 정부의 허가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군사 작전을 감행한 탓이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4일 바그다드에서 열린 이들 두 요인의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내 미군의 임의적인 이라크 내 군사 작전에 반감을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은 “솔레이마니를 반대하는 이라크인마저 미국이 이라크 영토에서 두 요인을 살해함으로써 이라크가 더 큰 군사충돌에 휘말린다면서 분노한다”라고 전했다.

그만큼 이번 폭격으로 이라크에서 반미 여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주권 침해 논란에 대해 미국의 보수적 학계에선 이라크가 미군의 주둔을 허용했기 때문에 미군이 위협에 대응해 자위적 목적으로 이라크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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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왼쪽) 이란 대통령이 전날 미군의 폭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유족을 찾아 조문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서 솔레이마니의 딸이 “누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고 묻자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모든 국민이 부친의 복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테헤란 UPI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왼쪽) 이란 대통령이 전날 미군의 폭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유족을 찾아 조문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서 솔레이마니의 딸이 “누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고 묻자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모든 국민이 부친의 복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테헤란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목표물을 공격할 경우 신속하고 완전하면서도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이 미디어 게시물들(Media Posts)은 이란이 어떠한 미국 사람 또는 목표물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그리고 아마도 불균형적인 방식(disproportionate manner)으로 반격할 것이라는 것을 미 의회에 통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한 법적 고지는 요구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공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이란의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공습으로 폭사한 이후 이란이 ‘가혹한 보복’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례적 대응이 아닌 ‘불균형’적인 대응 방침을 밝혀 이란이 보복을 감행할 경우 훨씬 더 막대한 응징을 실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트윗을 통해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놨다고 밝힌 바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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