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에서 ‘유령 선거’ 국가로… 튀니지 총선 투표율 또 11%

아랍의 봄에서 ‘유령 선거’ 국가로… 튀니지 총선 투표율 또 11%

김현이 기자
김현이 기자
입력 2023-01-31 01:08
수정 2023-01-3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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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독재 야욕에 경제난 겹쳐
유권자 외면… “우유·설탕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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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야당인 국가구원전선(NSF)의 아흐메드 네집 체비 대표가 29일(현지시간) 튀니지 2차 총선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체비 대표는 “11.3%의 투표율로 탄생한 의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반정부 연대 구축 등을 촉구했다. 튀니스 AFP 연합뉴스
튀니지 야당인 국가구원전선(NSF)의 아흐메드 네집 체비 대표가 29일(현지시간) 튀니지 2차 총선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체비 대표는 “11.3%의 투표율로 탄생한 의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반정부 연대 구축 등을 촉구했다. 튀니스 AFP 연합뉴스
2010년 ‘아랍의 봄’ 발원지로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아프리카 튀니지의 총선 투표율이 두 차례 연속 11%에 그쳐 ‘유령 선거’로 전락했다. 심각한 경제난과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의 독재 야욕이 겹치면서 유권자들이 정치를 외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진행된 총선 결선 투표의 잠정 투표율을 11.3%로 집계했다. 총유권자 780만명 가운데 88만 7000여명만 투표에 나섰다.

이날 투표는 튀니지 의회 161석 가운데 지난해 12월 17일 치러진 1차 총선에서 결정하지 못한 130석의 주인을 뽑기 위해 진행됐다. 1차 총선의 투표율은 11.2%(잠정 투표율은 8.8%)로 너무 낮아 선관위가 이를 ‘전면 보이콧’으로 규정할 정도였다. 이번 재투표도 시민들의 정치 참여율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튀니지 주요 야당인 국가구원전선(NSF) 아흐메드 네집 체비 대표는 “유권자의 약 90%가 이 ‘연극’을 무시하고 과정에 관여하길 거부하는 것”이라며 반정부 연대 구축과 사이에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튀니지 국민 대다수는 극심한 경제난으로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수도 튀니스의 한 거리에서 장을 보던 여성 하스나는 “우리는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 원하는 건 우유와 설탕, 식용유다”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실제로 튀니지의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은 10.1%로 투표율과 비슷한 지경이다.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0%이고, 정부가 국민에게 지급하는 보조금마저 체불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한 개헌에 성공해 독재 기반을 닦았다. 그는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통제할 수 있는 막강 권한을 갖게 됐다.
2023-01-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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