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독재 야욕에 경제난 겹쳐
유권자 외면… “우유·설탕을 달라”
튀니지 야당인 국가구원전선(NSF)의 아흐메드 네집 체비 대표가 29일(현지시간) 튀니지 2차 총선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체비 대표는 “11.3%의 투표율로 탄생한 의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반정부 연대 구축 등을 촉구했다. 튀니스 AFP 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진행된 총선 결선 투표의 잠정 투표율을 11.3%로 집계했다. 총유권자 780만명 가운데 88만 7000여명만 투표에 나섰다.
이날 투표는 튀니지 의회 161석 가운데 지난해 12월 17일 치러진 1차 총선에서 결정하지 못한 130석의 주인을 뽑기 위해 진행됐다. 1차 총선의 투표율은 11.2%(잠정 투표율은 8.8%)로 너무 낮아 선관위가 이를 ‘전면 보이콧’으로 규정할 정도였다. 이번 재투표도 시민들의 정치 참여율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튀니지 주요 야당인 국가구원전선(NSF) 아흐메드 네집 체비 대표는 “유권자의 약 90%가 이 ‘연극’을 무시하고 과정에 관여하길 거부하는 것”이라며 반정부 연대 구축과 사이에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튀니지 국민 대다수는 극심한 경제난으로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수도 튀니스의 한 거리에서 장을 보던 여성 하스나는 “우리는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 원하는 건 우유와 설탕, 식용유다”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실제로 튀니지의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은 10.1%로 투표율과 비슷한 지경이다.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0%이고, 정부가 국민에게 지급하는 보조금마저 체불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한 개헌에 성공해 독재 기반을 닦았다. 그는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통제할 수 있는 막강 권한을 갖게 됐다.
2023-01-31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