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서 지상군 철수
네타냐후 “인질 석방 없이 안 돼”
이스라엘 “아직은 전쟁 안 끝나
軍철수, 라파 공격 등 미래 대비”
극우 세력 반발 ‘연정 탈퇴’ 시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국경검문소를 지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7일(현지시간) 환하게 웃으며 승리의 브이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들과 전면전을 벌여 온 이스라엘은 전쟁 6개월을 맞아 지상군을 전략적으로 철수하면서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가자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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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국영방송 알카헤라는 8일 “카이로에서 진행 중인 휴전협상에 진척이 있다”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표단이 이틀 안에 협상 조건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한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뿐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 대표단도 협상 조건 점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양측 간 이견으로 교착됐던 휴전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하마스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협상에 진전이 없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점령 세력(이스라엘)의 입장에 어떠한 변화도 없어 카이로 회담에서도 새로운 상황이 없는 상태”라며 “아직 어떠한 진전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7일 밤부터 미국과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과 인질 석방에 관한 견해차를 좁히고자 협상에 들어갔다. 때마침 이스라엘군은 간밤에 1개 여단을 제외한 지상군 병력 대부분을 가자지구 남부에서 철수했다. 이스라엘군 철수와 영구 휴전 논의는 하마스가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이스라엘에 제시해 온 사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철군을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IDF) 사령관 헤르지 할레비는 “가자 지구에서 모든 지상군이 철수했음에도 하마스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이스라엘로 인질을 송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목표”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인질 석방 없이는 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못박아 하마스의 전제 조건을 거부했다.
요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지상군 철수가 “라파 공격을 포함한 미래 임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4개월간 쉬지 않고 전투에 참여한 예비군들을 돌려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연정 내 극우 세력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반발했다. 그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압박에 못 이겨 라파 지상전을 포기했다고 판단해서다.
이스라엘 우파 연정 내 대표적 극우 성향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총리가 하마스 격퇴를 위한 대규모 라파 공세 없이 전쟁을 끝내고자 한다면 그는 총리직을 계속 유지할 권한이 없다”며 조기 총선 실시를 시사했다.
연정 내 또 다른 극우 성향 정치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가자지구에 투입됐던 지상군 철수를 문제 삼으며 총리에게 안보 내각 소집을 요구했다. 두 장관은 2022년 12월 네타냐후의 재집권을 도운 핵심 인물이다.
2024-04-09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