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림 속 예수는 기이하더라

그 그림 속 예수는 기이하더라

입력 2011-05-21 00:00
수정 2011-05-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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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작가 하비엘 ‘태초에’ 展

필리핀 작가인데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강하다. 작품 주제도 성경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필리핀이 미국에 앞서 스페인의 지배를 오래 받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북미적이라기보다 남미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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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2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필리핀 작가 제럴딘 하비엘(41)의 ‘태초에’(In The Beginning…)전이 열린다. 성경에서 모티프를 따온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가령 대조적인 두 쌍의 그림이 내걸린 작품 제목은 ‘선과 악’이다. 거칠게 불타오르는 듯 나무를 묘사한 그림 3점은 ‘십자가형’이다. 예수와 두 도둑이 동시에 십자가형을 당하는 고전 작품에서 따왔다.

대신 그의 작품에서는 인물 자리를 새가 차지하고 있다. 십자가형에 들어간 것도 사람 대신 새를 수놓은 것이고 ‘마지막 만찬’은 칠면조나 닭 같은 것을 수놓아 만들어 뒀다. 여성들의 수놓는 행위가 일종의 기도와 비슷한 것이라는 데서 착안했다.

‘아포칼립스’는 전체 전시 작품을 관통하는 그로테스크한 맛의 결정체다. 종말을 드러낸 작품인데 탁한 핏빛이 전체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쓰러진 인물이 올려다보는 시점이 기이한 분위기를 풍긴다. 동남아에 불고 있다는 한류를 화두 삼아 농담했더니 마침 좋아하는 한국 영화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란다. 어째 작품 취향과 통한다.

하비엘은 한국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작품이 추정가의 4배가 넘는 20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던 작가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는 경매에 무덤덤하다. “좋았다기보다 무서웠다.”고 한다. 광풍에 휩쓸리는 기분이었단다. 필리핀에서는 우리나라 같은 갤러리 시스템이 제대로 없어서 경매가 과열되는 양상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하간 인기 작가이다 보니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도 이미 다 팔린 상태다. 필리핀에서도 공개하지 않은 신작들을 한국에서 전시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전시를 시작하기도 전에 동남아나 일본 컬렉터들이 몰려들어 이미 ‘찜’했단다. (02)723-619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5-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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