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 알고보면 배부른 갑부

조선 선비 알고보면 배부른 갑부

입력 2011-12-13 00:00
수정 2011-12-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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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청렴함의 상징이었던 선비.

이들은 한꺼풀만 벗겨보면 땅과 노비를 거느린 재력가였으며, 충성을 바친 대상도 조선 왕이 아니라 명나라였다는 ‘반전’이 제기됐다.

역사학자인 계승범 서강대 대우교수는 신간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역사의아침 펴냄)에서 조선 시대 선비의 이면을 공개한다.

책에서는 선비의 뜻을 역사 용어로 국한해 유교 국가인 조선의 최고 엘리트 집단, 곧 사대부로 정의했다.

저자는 사회지배층이자 지식인인 선비가 본연의 임무에 태만하고 책임감도 부족했다며 정면 비판에 나선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선비인 이황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가 거느린 노비만 367명에 달했으며 논과 밭을 각각 1천166마지기, 1천787마지기 소유한 땅부자였다.

청빈낙도를 실천한 선비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현재까지 이름이 전해 내려오는 선비 가운데 막강한 재산가가 대부분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들은 “굳이 나라의 녹을 받을 필요 없”었으며, 곳간에 쌓아놓은 재산 덕택에 독점적 지배권을 누리며 이론적으로만 ‘청빈’을 노래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조선 선비들이 고급 지식과 권력을 독점하는 바람에 왕을 “우습게” 보고 가르치려 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무(武)보다 문(文)에서 권력의 원천이 나온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이 유교적 논리로 자신을 무장하고 명나라, 송나라, 주나라로 거슬러 올라가며 ‘원조 논쟁’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왕은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

저자는 왜곡된 선비상이 현대사회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300년간 ‘시비’와 ‘정사’ 문제로 당파 싸움을 이은 잔재가 지금까지 남아 있으며 계급과 남녀 차별 같은 그릇된 유산을 남긴 당사자가 바로 선비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그는 “객관화의 과정을 밟은 후에야 유교와 선비는 진정한 전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04쪽. 1만4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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