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베푸소서’..구원에 관한 절규 ‘피에타’

’자비를 베푸소서’..구원에 관한 절규 ‘피에타’

입력 2012-09-08 00:00
수정 2012-09-0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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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자본주의의 극단적 폐해와 그 안에서의 인간성 상실을 냉혹한 시선으로 그린다. 그리고 인간임을 포기한 자들에 대한 구원을 묻는다.

그것은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에게도 해당하는 질문.

감독은 구원은 누가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인지, 과연 구원이라는 것은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질문한다.

이는 김기덕이 1996년 데뷔작 ‘악어’ 이후 줄곧 견지해온 시선이자, 김기덕이라는 브랜드를 관통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피에타’는 김기덕의 18번째 작품. 그가 한동안의 방황과 번뇌 끝에 내놓은 이 영화는 김기덕이 변하지 않았음을 새삼 보여줬다.

스스로는 이전작품과 표현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강조했지만 보는 이의 입장에서 김기덕의 세상을 향한 태도나 영화적 문법은 오히려 ‘초심’을 되찾은 듯하다.

구원에 관한 그의 절규는 이번에도 절박했고 불편했다. ‘악어’ ‘섬’ ‘수취인불명’ 등 초창기 작품부터 흔들림없이 이어져 온 인간의 악마성과 그 구원에 대한 탐구정신은 이번에도 여전히 강렬했다. 자본주의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사회 밑바닥을 건조하면서도 집요하게 파고들어 공격적으로 훑는 시선은 그의 영화인생 16년간 ‘현재진행형’임을 느낄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모자(母子)상의 제목이기도 한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

영화는 ‘인간 백정 같은 새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등장인물들은 이 주인공 남자를 그같이 부르거나 ‘악마새끼’ 혹은 ‘인간 쓰레기’, ‘불에 타 죽을 놈’, ‘차에 매달아 갈아 죽이고 싶은 놈’이라고 한다.

사채업자 밑에서 돈을 받아내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강도(이정진 분)는 그 수법이 악랄하기 그지없다. 돈을 갚지 못하면 신체를 절단해 그 보상금으로 나온 보험금을 가로챈다.

김 감독은 영화를 삼등분으로 나눠 1부는 이 인간말종의 행태를 가감 없이, 보란듯이 화면에 꽉 채운다.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서 벌어지는 지옥 같은 일들이 영화 시작과 함께 숨 돌릴 틈도 없이 연타로 관객의 안면을 강타한다.

영화는 짐승 같은 강도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의 스트레스와 혐오감을 상승시킨다. 관람의 불편함에 따른 정신적인 노동의 강도가 세다.

노모의 앞에서 아들을 두들겨 패고, 아내 앞에서 남편의 손을 잘라내며 살아가는 강도에게 어느 날 난데없이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2부가 시작된다.

30년간 피붙이 없이 살며 엄마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놈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강도는 엄마라는 여인에게 비웃음을 퍼부으며 처음에는 폭력적으로, 극단적인 방식으로 저항한다.

하지만 그러한 부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강도의 안에는 자기도 모르게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솟아난다. 지킬 것이, 목숨 걸고 함께하고 싶은 것이 생긴 강도는 서서히 변화한다.

하지만 영화는 3부에 반전을 배치해놓고 강도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인간 개조의 과정을 지켜보나 싶던 관객 역시 3부에서 다시 가슴을 옥죄는 불편함과 맞닥뜨리게 된다.

김기덕은 구원과 자비의 주체는 누구이며, 용서는 누가 누구에게 구해야 하는 것인지 질문한다.

김 감독은 베니스로 출국하기 직전 이번 영화의 특징에 대해 “엄마와 아들이란 구도로 이야기가 이뤄져 가는데 엄마로서 미안함과 아들이 느끼는 엄마의 부재가 잘 충돌하고 있고, 그 안에서 서서히 다이너마이트처럼 폭발해가는 구조”라며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는 현대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식인화하는 사회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도가 엄마에게 묻는다. ‘돈이 뭐냐’고.

엄마는 답한다.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영화는 그 ‘모든 것’ 안에 사랑, 명예, 분노, 폭력, 복수, 죽음 등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돈에 의해 규정되는 인간관계가 낳을 수 있는 처절한 결과들이 화면에서 펼쳐지면 관객은 그 불편한 진실 앞에서 고개를 돌리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진실’이고 감독은 관객의 눈 바로 앞까지 그러한 진실을 들이밀며 피하지말고 직시해보라고 한다. ‘이게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현실의 단면’이라며.

당연히 고통스럽다. 하지만 세상은 ‘개그콘서트’가 아님을, 우리가 웃는 와중에 어디선가는 인간성이 말살돼가고 있음을 감독은 고발한다. 거기서 터져나오는 절규가 사무친다.

그 절규에 베니스는 최고상으로 답했다. 여러모로 여운이 짙게 남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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