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1350㎡ 캔버스에 담겨 예술작품으로 태어난다

숭례문, 1350㎡ 캔버스에 담겨 예술작품으로 태어난다

입력 2013-08-14 00:00
수정 201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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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교수 18일 ‘사진행위 프로젝트’

오는 18일 자정, 국보 1호 숭례문이 새 옷을 갈아입는다. 숭례문 뒤에 자리한 대형 기중기 4대가 가로 45m, 세로 30m의 흰색 광목천을 들어 올리면 숭례문은 마치 캔버스에 담긴 한폭의 그림처럼 오롯한 모습을 드러낸다. 일요일 오전 6시, 하루 중 가장 잠잠한 시기를 틈타 이명호(38)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는 자신의 필름 카메라에 2시간 동안 300여장의 사진을 담아낸다. 숭례문을 배경으로 거대한 가림막을 설치한 뒤 다시 사진으로 이를 촬영하는 작업이다. ‘가시적 은폐’라는 역설적 방법으로 협업자들을 살짝 드러내는 일종의 컬래버레이션도 진행된다. 공공장소에서 펼치는 대규모 ‘예술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어 낮 12시. 이 교수와 스태프 50여명, 관람객 500여명은 12시간에 걸친 행위예술을 마치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1년 6개월여의 준비 기간과 2억 1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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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자정부터 12시간 동안 이어질 이명호 교수의 ‘숭례문 예를 높이다’ 프로젝트를 옮겨놓은 구상 스케치. 쿤스트독 제공
오는 18일 자정부터 12시간 동안 이어질 이명호 교수의 ‘숭례문 예를 높이다’ 프로젝트를 옮겨놓은 구상 스케치.
쿤스트독 제공


현대미술 작업을 지원해 온 비영리단체 쿤스트독과 아트비즈는 13일 서울 숭례문 인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계획을 공개했다. 프로젝트는 이 교수가 2000년부터 ‘나무 시리즈’와 ‘사막 시리즈’를 통해 세계 곳곳을 떠돌며 빈 캔버스(가림막)를 채워 온 ‘사진 행위 예술’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가 설치한 캔버스는 누군가 채우도록 비워 놓은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자연의 품을 떠나 인공의 문화유산으로 눈을 돌린 게 차이점이다.

일본 사진계의 대부인 호소에 에이코 ‘기요사토 사진미술관’ 관장은 이 교수를 가리켜 “사진 행위 예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세계적인 작가”라고 치켜세웠다. 그의 작품은 덴마크 왕립도서관, 프랑스 에르메스미술관, 미국 장 폴 게티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영구 소장돼 있다.

이명호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이명호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이 교수는 왜 이런 작업을 시작한 것일까. 그는 “지난해 초 숭례문 근처의 작업실을 오가다 우연찮은 기회에 이런 작업 구상을 글로 남겼다. 숭례문 복구단장이 글을 읽고 괜찮은 아이디어라며 힘을 실어줬다”고 전했다. 이어 “외신기자들에게 물어보니 서울의 상징물을 비무장지대(DMZ)라고 답한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며 “파리의 에펠탑처럼 숭례문을 서울의 상징물로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문화재 심의위원회와 경찰청의 허가를 받는 과정이 특히 그랬다. 이 교수는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충분히 설명하니 길이 열렸다”면서 “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이교수의 작업은 ‘행위의 과정’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여러 담론으로 재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8-1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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