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수 선택폭 좁은 탓…결국 ‘센 이미지’로 귀결”
강한 이미지를 내세운 여성 가수들이 잇달아 등장하며 ‘센 언니’가 가요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오는 12일 네번째 솔로 앨범 ‘하와’를 발표하는 여성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가인(28)은 타이틀곡 ‘패러다이스 로스트’(Paradise Lost)를 ‘센 언니’ 콘셉트로 선보인다.
이 곡은 가인의 첫 솔로 앨범부터 함께 작업한 이민수 작곡가-김이나 작사가 콤비의 작품이다. 뮤직비디오에서 가인이 하와를 유혹하는 뱀의 이미지를 차용한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소문에 공개 전부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뮤직비디오 속 가인은 콘셉트에 맞춰 몸매를 강조하는 들러붙는 옷차림으로 바닥을 기어다니는 등 뱀을 연상케 하는 안무를 선보인다.
이 곡의 작사가이자 전체 앨범 작업에 ‘리릭 프로듀서’(lyric producer)로 참여한 김이나는 전날 열린 앨범 시사회에서 “가인에게선 3개의 서로 다른 자아를 볼 수 있다. 하나는 아기 같은 감성, 다른 하나는 교태를 부리는 여성적 이미지, 마지막 하나는 완전 ‘센 언니”라며 “타이틀곡 ‘패러다이스 로스트’가 바로 이런 ‘센 언니’ 콘셉트”라고 소개했다.
가인에 앞서 지난달 타이틀곡 ‘미쳐’로 1년여 만에 가요계에 복귀한 걸그룹 ‘포미닛’도 파격적인 스타일링과 강렬한 퍼포먼스로 소위 ‘센 언니’ 콘셉트를 연출했다.
한동안 ‘이름이 뭐에요’ ‘오늘 뭐해’ 등으로 좀 더 대중에 친숙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앞세웠던 포미닛이 다시 데뷔 초기에 추구하던 콘셉트로 돌아간 것이다.
포미닛은 이같은 스타일링을 선택한 데 대해 “대중이 원하는 모습이 저희의 초창기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센 음악을 선보일 때 포미닛이 가장 포미닛답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포미닛의 이러한 전략은 성공을 거두며 주요 방송사 가요프로그램과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으며 중국 음악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기존 가수뿐만이 아니다. 최근 데뷔 앨범을 낸 3인조 힙합 걸그룹 러버소울은 스포티한 옷차림에 멤버 중 한명이 피어싱까지 선보이며 이런 센 이미지를 내세웠다.
한동안 신인 여성그룹 상당수가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앞세운 것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센 언니’ 콘셉트가 유행으로 떠오르는 이유에 대해 가요기획사 포츈엔터테인먼트의 임영진 실장은 “여성 아티스트가 선택할 수 있는 이미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처럼 대중가요 시장의 규모가 커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이 통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가수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귀여움이나 섹시함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지금까지 하지 않은 이미지, 섹시함이 아닌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려고 하다 보니 결국 센 캐릭터로 모아진다”면서 “여성팬들이 자신이 시도해보지 못하는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 대리만족하려는 성향도 있어서 ‘센 언니’를 내세운 가수가 여럿 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인도 전날 시사회에서 “가수생활을 10년 동안 하면서 안 해본 게 없는 것 같다. 국내 음악계가 의외로 콘셉트 면에서 할 수 있는 폭이 좁다. 생각나는 대로 다 할 수 있지 않다. 나이도 생각해야 하고, 다른 가수와 겹치는 이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