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면/“평평한, 그러나 따스한 공간을 그리고 싶었다” 박기원 개인전 ‘성장공간’

23면/“평평한, 그러나 따스한 공간을 그리고 싶었다” 박기원 개인전 ‘성장공간’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1-12 17:39
수정 2016-01-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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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개인전 ‘상장공간’
박기원 개인전 ‘상장공간’
공간에 대한 사유를 일상의 재료를 사용해 표현해 온 설치미술가 박기원(52)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열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장소특정적 설치작업을 선보였던 작가가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박기원-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전 이후 5년 만에 연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온도’(작품) 라는 제목을 가진 비닐 설치작업과 평면작업 ‘넓이’ 시리즈를 선보인다. 작가는 “여백이 있는 공간을 움직임과 에너지로 채워 그 공간이 점점 커진다는 느낌을 갖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그가 사용한 재료는 쓰레기봉투를 만드는 비닐과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다. 전시장 1층 전면 유리에는 투명한 노란색 비닐이 겹겹이 드리워졌고 전시장 내부의 벽에도 여러 겹의 커튼처럼 비닐을 설치했다. 그 안에 LED 전구를 설치해 빛이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도록 했다. 차가운 색의 빛이 노란색 비닐을 거치면서 공간 전체가 따스한 느낌이다. 말이 별로 없고, 여간해서는 웃지도 않는 작가는 “밋밋한 공간에 관심이 있다”면서 “이번 작품은 자연스러운 개입을 통해 움직이지 않는 공간이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자라날 수 있도록 조명으로 생명력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치작업을 하는 틈틈이 드로잉을 한다. 유화물감을 가는 붓에 묻혀서 한지에 천천히 선 긋는 연습을 하듯이 드로잉을 해서 평면을 채운다. 한 가지 색으로 농담을 달리해 사선, 수직, 수평의 선이 수없이 겹쳐져 평면이 만들어진다. 그의 평면작업은 2010년부터 약 4년간의 초록색 시기를 지나 지난해부터 핑크 시기로 접어들었다. 패션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전시 ‘디오르 정신’에서 협업작업으로 ‘핑크에서 레드까지’를 하면서 색깔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평면작업은 한지에서 벗어나 캔버스로 옮겨지는 중이다. 방법은 같다. 1층에는 한지에 그린 주홍색 작품이, 2층에는 캔버스에 그린 핑크, 복숭아빛, 붉은빛의 작품들이 걸렸다. 그의 평면 작품은 얼핏 요즘 잘 나가는 단색화와 흡사하다. 작가는 포스트단색화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면서도 “선배, 원로들과 작업의 출발은 다르다”고 했다. “빈 공간이 주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설치작업을 위해 드로잉을 했고, 공간을 평면에 옮긴 것이 나의 작업입니다. 공간성과 관련된 평면회화입니다. 나는 천천히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전시는 2월 5일까지. (02)3446-3137.

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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