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혈식석실·호석 등 사료 가치 높아… 존재 알려지지 않은 고분 3기도 발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백제 역사유적지구 내 충남 부여의 능산리 고분군 서쪽 지역에서 일제강점기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백제 시대 왕릉급 고분들이 실체를 드러냈다.
문화재청 제공
능산리 고분군 서쪽 지역에서 발굴된 8호분 현실 내부 사진.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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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산리 고분군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 학자들에 의해 3차례 발굴조사가 진행됐지만 국내 학자들이 발굴조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왕릉급 고분 2기는 8호분과 10호분으로, 8호분은 이번에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10호분은 일제강점기에 발굴됐으나 기록으로만 남았다.
두 고분은 지름 15~20m의 횡혈식석실(橫穴式石室·굴식돌방무덤) 구조로, 왕릉급 무덤에서 발견되는 호석(護石·무덤을 둘러싼 돌)이 확인됐다. 고분 입구에서 유골을 안치한 방까지 이어지는 연도(羨道)의 문밖에서는 옻칠과 도금의 흔적이 있는 목관 조각과 금동 못이 나왔다. 내부 유물들은 도굴과 일제강점기 발굴 등에 의해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목관으로 쓰인 나무가 고급 목재인 금송으로 드러난 점이 특징이다. 금송으로 목관을 짠 사례는 공주 무령왕릉 등 백제 왕릉에서 종종 발견된다. 이번에 조사된 고분 2기가 백제 왕릉급 고분일 것으로 판단하는 주된 근거인 셈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한 무덤 중 한 기는 일제강점기에 발굴이 끝났고, 다른 한 기는 처음 발굴했으나 도굴의 흔적이 역력했다”면서도 “봉분의 모양, 호석, 석실이 전체적으로 잘 남아 사료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6-09-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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