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만 시인 “변방서 날 불러준 공초 선생께 감사”

허형만 시인 “변방서 날 불러준 공초 선생께 감사”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1-06-03 22:04
수정 2021-06-04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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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주최 제29회 공초문학상 시상식
“시를 쓸 수 있었던 건 변방의 힘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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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9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허형만 시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광헌 서울신문사 사장, 구중서 문학평론가, 이근배(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공초숭모회장, 허 시인, 오세영 시인, 오탁번 시인.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9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허형만 시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광헌 서울신문사 사장, 구중서 문학평론가, 이근배(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공초숭모회장, 허 시인, 오세영 시인, 오탁번 시인.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수상 소식을 듣고 30년간 봉직했던 대학 강단에서 1920년대 ‘폐허’ 동인지와 공초 오상순 선생의 시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에 대해 열강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공초 선생님, 오늘 저를 변방에서 불러내 이 자리에 서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공초문학상의 스물아홉 번째 주인공인 허형만(76) 시인은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열정을 되살린 듯 설레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읊었다.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9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허 시인은 “작품 활동을 한 지 50년이 다 돼 가는 동안 우리 시단에서 항상 변방에 자리해 왔다. 이 변방의 힘이 저에게 시를 쓰게 했고, ‘써야 할 때 쓰지 않으면 쓰고 싶을 때 쓸 수 없다’는 제 나름의 신념을 지킬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코로나19로 옹색해진 시대 오로지 시 쓰는 일에만 전념하겠다”면서 “시를 찾아가는 진정한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허 시인은 지난해 계간지 ‘예술가’ 가을호에 실린 시 ‘산까치’로 올해 공초문학상을 받았다.

공초숭모회장으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공초 선생님은 무소유의 삶을 살다가 돌아가시는 순간 ‘자유가 나를 구속하는구나’라는 말씀을 남기신 무위의 구도자셨다”며 “‘산까치’는 이러한 공초의 시심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라 공초 선생님도 칭찬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고광헌 서울신문사 사장은 “오늘은 마침 허 시인의 ‘산까치’ 첫 행처럼 보슬비가 오시는 날”이라며 “생명 지향의 언어를 통해 사물의 존재 형식에 대한 발견에 참여하신 시인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7회 수상자이기도 한 오세영 시인은 축사를 통해 “모름지기 시인의 창조 활동은 공초 선생과 마찬가지로 자유스럽고, 고독하고 속된 것과 거리를 두는 가운데 이뤄진다”며 “문학상이라는 것은 앞으로 작품을 잘 쓰라는 격려의 의미이므로 정진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허 시인과 친분이 깊은 소리꾼 장사익 선생이 허 시인의 시 ‘아버지’를 노래로 불러 호응을 얻었다.

등단한 지 20년이 넘는 시인이 최근 1년 이내에 발간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공초문학상은 한국 신시의 선구자 공초 오상순(1894~1963) 선생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됐다. 1993년 이후 신경림, 신달자, 정호승, 나태주, 오탁번 등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을 수상자로 배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1-06-0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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