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년 전통 獨 상징을 만난다

131년 전통 獨 상징을 만난다

입력 2014-06-02 00:00
수정 201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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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스 테아터의 연극 ‘도둑들’ ‘현대극의 진수’ ‘최고의 무대’ 평가

회전식 무대는 많다. 그런데 이건 횡(橫)이 아니라 종(縱)이다. 커다란 판 4개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높이 6.5m짜리 수레바퀴는 쉼 없이 돌아가며 삶의 공간이 됐다가, 위태롭게 떠받치는 바닥이 되더니 사람들을 무심히 떠밀어 버린다. 이 공간에 놓인 다양한 인물들의 단면은 현대인의 상실감과 불안, 동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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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도둑들’
연극 ‘도둑들’


4~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독일 극단 도이체스 테아터의 연극 ‘도둑들’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독일 연극을 대표하는 131년 전통의 제작극장’, ‘전통과 혁신의 조화’ 등 도이체스 테아터를 꾸미는 말도 화려하다. 이들의 첫 내한 작품인 ‘도둑들’은 현재 독일 연극계에서 각광받는 극작가인 데아 로어와 상상력 넘치는 무대를 구현하는 무대 디자이너이자 연출가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가 협업했다. 2010년 첫선을 보인 그해 현대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베를린 연극제에 초청됐고, 현지 연극평론지 테아터 호이테가 선정한 최고 무대디자인상, 뮐하임 연극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무대에 선 인물 12명은 사회 변방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없길 바라는 보험설계사, 자식들과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픈 아버지, 네덜란드 지점을 운영하는 꿈을 꾸는 슈퍼마켓 직원,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부부, 43년째 호텔방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노년의 여가수…. 이들은 자본의 양극화와 사회의 편견, 소통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공연시간이 3시간을 훌쩍 넘기지만, 관객들에게 “우울함을 압도하는 희극성이 있고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면서 지루함을 털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3만~7만원. (02)2005-0114.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6-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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