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총성, 한겨울 하얼빈에 다시 울리다

안중근 의사의 총성, 한겨울 하얼빈에 다시 울리다

입력 2015-02-09 00:10
수정 2015-02-0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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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 중국 상연 현장

“탕, 탕, 탕”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렸다. 무대에 조명이 꺼졌다. 안중근 의사의 “대한 독립 만세!” 외침이 극장을 흔들었다. 숨죽이던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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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인 중국 하얼빈시 환치우극장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영웅’ 공연의 한 장면. 극 중 대한제국 의병군 안중근 참모중장이 동료들과 함께 독립을 다짐하고 있다.  에이콤인터내셔널 제공
8일 오후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인 중국 하얼빈시 환치우극장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영웅’ 공연의 한 장면. 극 중 대한제국 의병군 안중근 참모중장이 동료들과 함께 독립을 다짐하고 있다.
에이콤인터내셔널 제공


지난 7일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진 ‘얼음의 도시’ 하얼빈 한복판이 안중근 의사의 애국혼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안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영웅’이 거사의 현장인 하얼빈 땅을 밟았다. ‘영웅’은 7일과 8일 이틀 동안 세 차례에 걸쳐 1600석 규모의 하얼빈시 환추(環球)극장 무대에 올랐다.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널은 서울 공연과 똑같은 수준의 공연을 위해 40t 컨테이너 5개 분량의 무대 세트를 공수해 왔다. 배우와 스태프 등 100여명이 하얼빈을 찾았고 제작비 3억 5000만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1월 하얼빈역에 안중근의사기념관이 건립된 후 하얼빈에서는 여느 때보다 안 의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안 의사 역의 배우 강태을은 “역사적 장소에 오니 멋진 공연이 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매년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초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영웅’을 제작한 윤호진 연출의 전략은 입증됐다. 관객들은 ‘특별 서비스’로 넣은 중국 정서에 맞춘 관용구 등의 중국어 대사에 키득거렸고, 안중근을 돕는 중국인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환호했다. 안 의사의 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막에서 관객들의 몰입은 최고조에 달했다. 안 의사가 법정에서 일본의 죄목을 조목조목 따지자 관객들은 조용히 자막을 좇았다. 안 의사가 의연하게 교수대에 오르고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손자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저우자뤼(70)는 “일제강점기 중국과 한국이 우애를 다지며 일본에 맞섰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잘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오밍펑(31)은 “고등학교 때 읽었던 안중근 의사에 대한 책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면서 “당시 중국과 한국의 역사적 상황이 비슷해 공감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헤이룽장성 문화청에 근무하는 장춘메이(37)는 “배우들의 가창력과 정교하게 짜인 스토리 등 중국인들에게 충분히 통할 요소를 갖췄다”면서 “뮤지컬 관객층이 넓은 상하이나 베이징에서 한번 더 가능성을 점쳐 보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에이콤인터내셔널과 하얼빈시의 기대는 더없이 크다. 윤 연출은 “‘영웅’을 통째로 중국어 버전으로 제작해 공연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번 공연이 한·중 양국 간 뮤지컬 교류의 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얼빈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5-02-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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