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만 침묵하는 청춘, 그 유약함에 대하여

알지만 침묵하는 청춘, 그 유약함에 대하여

김승훈 기자
입력 2016-05-03 18:00
수정 2016-05-0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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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8일 오스터마이어 연출 ‘민중의 적’

‘전통을 뒤흔드는 파격의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 예술감독이 헨리크 입센의 1882년 작 ‘민중의 적’을 들고 6년 만에 내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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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터마이어는 입센의 ‘민중의 적’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렸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겨 와 주인공들을 원작보다 훨씬 젊은 30대 베를린 청년들로 설정했다. 오스터마이어는 “베를린엔 매우 지적이고 정치적으로 깨우친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선 매우 유약한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바로 그런 젊은이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은 스토크만 박사가 이제 막 온천 도시로 각광받기 시작한 마을의 온천수가 인근 공장 폐수로 오염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스토크만 박사는 즉시 이 사실을 지역 신문에 알리고, 기자들은 기사화를 약속한다. 하지만 시의원인 형 피터는 경제적 타격 등을 고려해 동생에게 비밀에 부칠 것을 강요한다. 동생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피터는 신문사로 찾아가 기자들을 회유, 협박한다. 신문 발행인은 피터의 외압에 굴복해 기사화를 철회한다. 직업, 집, 미래를 송두리째 잃게 될 위기에 처한 스토크만 박사는 관객들을 향해 외친다. “진실의 최악의 적은 침묵하는 다수다. 이익을 위해 침묵하는 다수, 진실을 외치는 소수, 누가 민중의 적인가.”

스토크만 박사가 시청에 모인 군중 앞에서 펼치는 연설이 압권이다. 오스터마이어는 이 장면에서 관객들을 토론자로 끌어들인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해외 공연 때 관객과 배우들 사이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중의 적’은 2012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후 영국,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 세계 유수의 공연장과 주요 페스티벌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오스터마이어는 2005년 연극 ‘인형의 집-노라’로 국내 관객들과 처음 만났다. 당시 주인공 노라가 남편을 총으로 쏴 죽이는 파격적인 결말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0년엔 ‘햄릿’을 선보였다. 오는 26~28일, LG아트센터. 4만~8만원. (02)2005-0114.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5-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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