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수면 유도제’라던데…“오래 먹으면 심부전 위험 90%↑”

‘천연 수면 유도제’라던데…“오래 먹으면 심부전 위험 90%↑”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5-11-04 15:33
수정 2025-11-0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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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주립대 연구…불면증 환자 13만명 분석
“멜라토닌 1년 이상 복용, 심부전 위험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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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이미지. 기사와 관련없음. 아이클릭아트
건강기능식품 이미지. 기사와 관련없음. 아이클릭아트


불면증에 효과가 있어 ‘천연 수면 유도제’로 불리는 멜라토닌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심부전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심장협회는 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오는 7일부터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협회의 과학 세션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뇌에서 분비되는 생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수면 및 각성 리듬과 같은 생체리듬을 조절해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며, 불면증 환자의 단기 치료 목적으로 처방된다.

뉴욕주립대(SUNY) 다운스테이트 대학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인 에케네딜리추쿠 나디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대규모 국제 데이터베이스 ‘TriNetX’를 토대로 만성 불면증이 있는 성인 환자 약 13만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 중 6만 5000여명이 멜라토닌을 최소 한 번 이상 처방받아 최소 1년 동안 복용했다. 연구진은 13만명 중 멜라토닌을 처방받은 기록이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비교했다. 멜라토닌을 복용하기 전 심부전 진단을 받았거나 멜라토닌 외에 다른 수면제를 처방받은 경우 분석에서 제외했다.

분석 결과 불면증이 있는 성인 환자 중 멜라토닌을 1년 이상 장기간 복용한 그룹은 5년 동안 심부전을 진단받을 확률이 4.6%로 나타났다. 이는 만성 불면증이 있지만 멜라토닌을 처방받지 않은 그룹(2.7%) 대비 심부전 발생 위험이 90% 높은 것이었다.

최소 3개월(90일) 간격으로 두 차례 이상 멜라토닌을 처방받아 복용한 그룹의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 그룹 대비 심부전을 진단받을 확률이 82%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멜라토닌을 처방받아 복용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심부전으로 입원할 확률이 3.5배 높았으며, 5년 동안 어떤 원인으로든 사망할 확률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나디 박사는 “멜라토닌은 수면을 돕는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건강에 대한 악영향이 일관되고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 연구를 계기로 의사들이 수면 보조제에 대해 환자와 상담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연구는 멜라토닌을 처방전 없이 복용할 수 있는 미국 등의 국가와 처방전이 있어야 복용할 수 있는 국가들의 데이터가 섞여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멜라토닌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복용한 이들이 멜라토닌을 처방받지 않은 그룹에 포함되는 탓이다.

나디 박사는 “불면증 치료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보충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연구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라며 “멜라토닌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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