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라’ 5관왕… 독립영화에 오스카가 응답했다

‘아노라’ 5관왕… 독립영화에 오스카가 응답했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5-03-04 02:06
수정 2025-03-04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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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성 노동자 사랑 통해 계급 문제 부각
작품·감독·여주·각본·편집상 휩쓸어
에이드리언 브로디 두번째 주연상
데미 무어는 여우주연상 수상 불발
블랙핑크 리사 K팝 가수론 첫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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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한국시간)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관왕을 차지한 영화 ‘아노라’를 연출한 숀 베이커 감독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채 미소 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 연합뉴스
3일(한국시간)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관왕을 차지한 영화 ‘아노라’를 연출한 숀 베이커 감독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채 미소 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주인공은 숀 베이커(54) 감독의 ‘아노라’였다.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여우주연, 각본, 편집상까지 모두 5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노라’는 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브루탈리스트’, ‘에밀리아 페레즈’, ‘콘클라베’ 등을 제치고 작품상을 품에 안았다. 베이커 감독은 무대에 올라 “진정한 독립영화를 인정해 준 아카데미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이 영화는 인디 영화인들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들었다. 독립영화는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장 관람이라는 위대한 전통을 이어 가자”고 강조했다. 영화는 미국 뉴욕의 스트리퍼인 아노라가 러시아 재벌 2세인 이반과 충동적으로 결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성 노동자의 사랑을 통해 계급의 문제를 부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이틀 롤을 맡은 마이키 매디슨(26)은 20대 배우로는 12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애초 ‘서브스턴스’에서 열연한 데미 무어(63)의 생애 첫 수상이 예측됐지만, 아카데미 회원들은 강렬하고 톡톡 튀는 연기에 성노동자의 애환을 담아낸 매디슨의 손을 들어줬다. 매디슨은 “성노동자들의 아픔을 계속 지지하고 동맹하겠다”며 “동료 후보자들의 사려 깊고, 지적이고, 아름답고, 숨이 멎을 듯한 작품들도 인정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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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남우주연상 에이드리언 브로디(‘브루탈리스트’), 여우주연상 마이키 매디슨(‘아노라’), 여우조연상 조이 살다나(‘에밀리아 페레즈’), 남우조연상 키런 컬킨(‘리얼 페인’). 로스앤젤레스 AP 연합뉴스
왼쪽부터 남우주연상 에이드리언 브로디(‘브루탈리스트’), 여우주연상 마이키 매디슨(‘아노라’), 여우조연상 조이 살다나(‘에밀리아 페레즈’), 남우조연상 키런 컬킨(‘리얼 페인’).
로스앤젤레스 AP 연합뉴스


‘브루탈리스트’의 주인공 에이드리언 브로디(52)는 ‘피아니스트’ 이후 22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나치 독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를 연기하며 이민자의 희망과 상실, 예술가의 야심과 붕괴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 줬다. 헝가리 억양을 살리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지만, 연기에는 이견이 없었던 셈이다. 29세 3개월의 티모테 샬라메(‘컴플리트 언노운’)가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에 도전했으나 29세 11개월에 최연소 기록을 썼던 브로디가 신기록의 탄생을 막은 점이 이채롭다. 브로디는 “전쟁과 체계적인 억압이 트라우마,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타자화를 남겼다”며 “과거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증오를 방치하지 말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13개 부문 최다 후보였던 자크 오디아르(73)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는 주인공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53)의 과거 인종차별, 이민자 혐오 발언 등이 알려지며 홍역을 앓은 끝에 조이 살다나(47)의 여우조연상 수상과 주제가상 수상에 그쳤다. 살다나는 ‘아바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남우조연상은 ‘리얼 페인’의 키런 컬킨(43)에게 돌아갔다. 그는 ‘나홀로 집에’의 주역 매컬리 컬킨(45)의 친동생이다.

각색상은 ‘콘클라베’, 국제장편영화상은 브라질 영화 ‘아임 스틸 히어’가 받았다. 백희나(54) 작가 원작으로 일본에서 제작한 ‘알사탕’이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란의 ‘사이프러스 그늘 아래’에 밀렸다. 한편 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는 K팝 가수 최초로 오스카 시상식 축하 공연 무대에 올라 팝스타 도자 캣, 레이와 ‘007’ 시리즈 헌정 공연을 펼쳤다.
2025-03-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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