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이는 예술혼도 없다”

“사랑 없이는 예술혼도 없다”

입력 2011-03-05 00:00
수정 2011-03-0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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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 디트마르 그리저 지음 푸름메 펴냄

프랑스가 사랑했던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1915~1963)는 그녀가 불렀던 ‘장밋빛 인생’, ‘사랑의 찬가’ 등과 그에 못지않은 열정적인 사랑으로 시샘과 찬사를 함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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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
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
그녀는 마지막 숨지기 1년 전 자신보다 20살이나 어린 아들 같은 남자와 결혼했다. 사창가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노래 불렀고 평생에 걸쳐 술과 마약, 이브 몽탕 등과 숱한 염문을 뿌려댔지만 이미 죽음이 예고된 상태에서 마지막 사랑을 받으며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녀의 최후에 흔히 붙이곤 하는 ‘비극적인 죽음’이라는 표현은 잘못됐음이 분명하다.

74살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19살의 울리케에게 보냈던 정열적인 구애의 몸짓은 바람둥이로서 괴테의 면모를 더욱 구체화한다. 매일처럼 꽃을 바치고 모든 장애물을 걷어내며 청혼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 힘은 고스란히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은 역작 ‘마리엔바트의 비가(悲歌)’로 응축돼서 폭발한다.

‘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디트마르 그리저 지음, 이수영 옮김, 푸름메 펴냄)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프란츠 카프카, 모딜리아니, 하이네, 구스타프 클림트 등에 이르기까지 18명의 위대한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늘 사랑의 열병을 예술의 자양분으로 삼았던 그들에게는 거의 마지막 사랑이었고, 그렇기에 어떤 사랑보다 절박했고 열정적이었다. 그 열정이 구체적인 예술 작품의 성과로 나타났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중병에 걸려 ‘침대 무덤’에서 지내면서도 노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61세에 서른 살 연하의 여인에게 ‘나는 죽을 만큼 병든, 깊은 애정으로 당신을 사랑하오.’라는 연서를 보냈다. 에로스의 손짓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대시인은 일찌감치 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신의 작품에 등장한 여배우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느낀 리하르트 바그너, 두번이나 같은 여인을 사랑했으나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만 에드거 앨런 포, 여섯 살 연상의 유부녀와 위험한 사랑에 빠졌던 리하르트 게르스틀, 모차르트의 부인인 콘스탄체 모차르트의 이야기 등도 한결같이 죽음의 위험한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속에서 불태운 대가들 예술혼의 방증이다.

괴테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더 이상 방황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얘기했다. 지금 삶이 아무 일 없는 듯 지나치게 평안하고 무덤덤한지, 지금 사랑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하게 한다. 1만 4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1-03-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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