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도 생존 위한 것” G2 속 한국의 살 길은?

“제국주의도 생존 위한 것” G2 속 한국의 살 길은?

입력 2012-05-12 00:00
수정 2012-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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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서진】피터 퍼듀 지음 길 펴냄

‘중국의 서진’(피터 퍼듀 지음, 공원국 옮김, 길 펴냄)은 청나라의 서부 개척사를 다루면서 자연스레 현대 중국의 정치적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미국 학자의 저작이다. 본문만 720여쪽에 이르지만 몽골·신장·티베트·위구르 등 소수민족 분쟁 뉴스에 간혹 등장하는 중국 서북부 유목민의 역사에 관심 있는 이라면 주말 한나절 정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저자는 청나라가 한화(漢化)와 무관한 만주족의 국가였다는 신(新)청사의 맥락 위에 서 있다. 빛나는 중국 문명에 주변 야만족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지금의 중국이 형성됐다기보다 민족대학살까지 무릅쓴 청나라의 제국주의적 팽창정책 때문에 지금의 영역을 겨우겨우 확보했다고 본다. 해서 저자는 17~18세기 청나라의 준가르 정벌을 촘촘하게 추적한 뒤 이를 ‘세계사적 전환’이라 결론 짓는다. “농경사회의 가장 강력한 대안”이었던 유목 목축민들이 “역사의 무대에서 주요 행위자의 지위를 영원히 박탈당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한문기록의 성격이다. 저자는 만주어, 몽골어 등 다양한 언어 기록 가운데 한문이 가장 심하게 왜곡됐다고 본다. 피지배층인 한족을 회유하기 위해 그들 입맛에 적당히 맞춰줬다는 뜻이다. 청나라가 단순히 중국 왕조를 계승했다는 오해는 여기서 생긴다. 두 번째는 서구학계의 역사 발전단계론에 뚜렷이 각인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이다. 근대 서구의 성취는 역사적 우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책 전반에 걸쳐 있는 제국주의에 대한 수정주의적 태도다. ‘일제’ 덕분에 한국인에게 제국주의는 무조건 악이다. 그런데 저자는 제국주의도 먹고살려다 보니 그리된 것일 뿐 원래부터 악이었다고 보지 않는다. 제 나름의 살 길을 찾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살 길은 어디 있을까. 번역자는 책에 서술된 몽골사를 음미해보라 제안한다. 이건 직접 읽어보는 게 좋겠다. 4만 8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5-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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