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인격,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남의 인격,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입력 2012-11-10 00:00
수정 2012-11-1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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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인격】 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친절한 옆집 아저씨가 잔혹한 살인을 했거나 원칙을 중시하는 정치인이 저열한 행동을 한 일이 발각됐을 때 사람들 입에서 툭 튀어나오는 말이다. 그 사람이 원래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었는데 알아채지 못했던 것인가, 아니면 그가 우리를 감쪽같이 속이고 있었나.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테노(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 교수)와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하버드대 특별연구원)는 사람은 선과 악을 모두 품고 언제나 ‘인격을 벗어난’ 행동을 할 여지를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숨겨진 인격’(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다양한 실험 결과와 판단 근거들을 풀어놓았다.

뉴욕에서 매춘을 몰아내는 일에 앞장선 엘리엇 스피처 주지사는 매춘클럽 단골이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위’를 비난하던 래리 크레이그 상원의원은 남자 화장실에서 성행위를 요구하다 붙잡혔다. 이들은 본래 나쁜 종자였나. 저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실험에 들어갔다. 사람들에게 각각 10분짜리, 45분짜리 과제를 주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한 뒤 남은 것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도록 했다. 처리할 과제를 임의로 선택하도록 동전 던지기 장치를 주었지만 참가자의 92%는 ‘지겨운 일’을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 선택 과정이 얼마나 공정했는지를 묻자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공정과 불공정의 중간’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관찰자의 위치가 되자 판단은 확연히 달라졌다. 같은 행동을 한 참가자를 불공정하고 부도덕하다고 비난했다.

한 명을 죽이고 다섯 명을 구한다면 당신 손에 피를 묻힐 수 있겠는가를 묻는 실험도 했다. 응답은 질문을 받은 상황에 따라 갈렸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은 다큐멘터리를 본 그룹에 비해 세 배가량 높은 비율로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저자들은 이런 실험을 통해 위선은 누구에게나 쉽게 나타날 수 있고 “도덕적 판단과 인격은 역동적이며 탄력적”이라고 설명한다. 욕구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식의 결론은 다소 실천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다양한 인격 유형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1만 4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1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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