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결한 곳에 가둬 기르고 이득 얻으려 온갖 못된 짓” 돼지 푸념, 인간에 깨달음

“불결한 곳에 가둬 기르고 이득 얻으려 온갖 못된 짓” 돼지 푸념, 인간에 깨달음

입력 2012-12-01 00:00
수정 2012-12-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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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돼지머리를 제물로 즐겨쓰는가?】 이돈환 지음/말과창조사 펴냄

책의 표지가 심상치 않다. 사람들 앞에 선 돼지 두 마리, 이들은 무엇 때문에 죄수복을 입고 수갑을 차고 있을까.

‘사람들은 왜 돼지머리를 제물로 즐겨 쓰는가?’(이돈환 지음, 말과창조사 펴냄)는 우리가 흔히 ‘쓸모없는 부분이 없다’고 말하는 돼지 얘기다. 유쾌한 우화인가 했는데, 꽤 심오하다. 저자는 자신을 주인공 삼아 돼지들의 푸념과 경고, 깨달음을 꺼내든다.

“이마 위의 굵은 주름 서너 줄”에 “웃으며 죽음을 맞았을 법한 온화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 제사상 위 돼지머리에게 이끌려 주인공이 ‘돈계’(豚界)로 빠져들었다.

지도자 격인 현자돈, 거구인 장군돈, 검은 털이 반지르르한 토종돈 등은 인간이 돼지에게 얼마나 잔혹한 짓을 벌였는지 낱낱이 까발린다.

대소변을 가릴 줄 아는 돼지를 좁디좁은 우리에 가두어 불결하게 사육하고, 식별을 한다면서 귀를 자르고 냄새를 제거한다면서 수컷을 거세시키는가 하면, 배란기 암퇘지에게 정자를 주입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한다고 토로한다. 인간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온갖 못할 짓을 하면서 구제역에 걸리자 돼지들을 잔인하게 생매장시켰다는 것.

결국, 표지의 의미는, 돼지는 자신의 죄로 죄인이 된 게 아니라, 인간이 돼지에게 죄인의 굴레를 덮어씌웠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인간과 가축과의 공존을 되돌아보게 한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12-0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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