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독재에 희생된 ‘이뤄지지 못한 사랑’

관습·독재에 희생된 ‘이뤄지지 못한 사랑’

입력 2014-10-14 00:00
수정 2014-10-1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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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의 ‘비밀정원’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박혜영(53) 작가의 소설 ‘비밀정원’(다산북스)은 개인의 사랑과 꿈이 그 시대의 사회적 관습이나 제도, 정치에 무참히 짓밟히는 부조리를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통해 통렬하게 그려냈다.

작품의 무대는 1960~80년대 강원 강릉의 한 종갓집 ‘노관’. 두 그룹의 사랑 이야기가 작품의 얼개다. 주인공 ‘이요’의 어머니 권정의와 삼촌 이율의 사랑, 학생운동에 투신한 김경수와 수녀 이안의 사랑이 그것이다. 전자는 죽음으로 치닫는 가혹한 운명의 사랑이고, 후자는 애틋하고 애절한 사랑이다.

이율은 권정의를 열일곱 살에 만나 수년간 사랑을 키웠다. 집안 간 정략결혼으로 권정의는 형의 아내가 된다. 이율은 해외로 떠났다 10년 만에 귀국한다. 형은 폐병으로 죽고 권정의만 남았다. 함께 노관을 떠나자고 했지만 권정의는 거절한다. 이율은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다. 권정의는 회한의 나날을 보내다 쓸쓸히 죽는다.

김경수는 도피 생활 중 수녀원에서 이안을 만난다. 둘은 호감을 갖고 사랑을 속삭인다. 김경수는 수배를 피해 이안과 헤어져 지방으로 내려간다. 이후 서울의 한 시위에 참석했다 잠복 경찰을 피해 도망가던 중 학교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다. 이율과 권정의는 사회적 관습에 의해, 김경수와 이안은 독재 정치로 인해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작가는 “사랑에만 매몰되지 않되 시대의 질곡을 얘기하고 싶었다. 사랑은 신이 주신 큰 선물인데, 평생 한 사람만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선 완숙한 사랑, 이뤄지는 사랑을 다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50대에 문학상을 수상하며 늦깎이로 등단해 화제를 모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4-10-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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