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조만간 남북, 북·미 정상이 만난다. 종전처럼 형식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중대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반신반의다. 정보의 단절, 현실 정치와 언론의 왜곡 속에서 만들어진 편견 탓이다. 그럼 이런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새 책 ‘선을 넘어 생각한다’를 펴면 나온다. 책은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가 묻고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가 답하는 형식이다. 북한은 과연 붕괴될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정신병자처럼 행동할까 등 누구나 궁금해했으면서도 여태 매조지되지 못했던 12가지 의문들에 대해 시원하게 답해 준다.
사실 모든 문제는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면 간단하다. 예컨대 ‘원자탄’은 원유와 함께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때부터 체제를 수호하는 두 개의 칼로 인식돼 왔다. ‘원자탄’에 대한 공포 또한 북한이 미국보다 월등히 크다. 이처럼 자기가 곧 죽을 것처럼 느껴지는데 중국이 하지 말란다고 핵개발을 안 하겠나. 사실 우리를 혼돈스럽게 하는 건 이랬다 저랬다 극단을 오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매한가지다. 박 교수는 트럼프를 장사꾼이라 본다. 그는 북한을 악마화해야 이익일지 거래를 트는 게 이익일지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북한의 인권 운운하는 건 그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박 교수는 만약 북한과 거래를 트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서면 트럼프는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전격적으로 북한과 손을 잡을 것이라 본다.
그럼 북한의 비핵화도 진짜 가능하다는 건가. 저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단 북한의 안전보장이 전제다. 북·미 수교와 불가침조약 체결 등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북한은 기꺼이 국제 사찰을 받고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란 얘기다. 책엔 이 밖에도 생경한 논리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두고 “상하이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난 인물”이라거나 “김일성 3대 세습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숭배하고 그의 딸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 역시 외국인 시각에서는 오십보백보”라는 식의 분석이 그 예다. 국내 한 진영에선 불편해할 수도 있겠지만, 박 교수의 논리 어디에서도 왜곡이나 굴절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그 덕에 맑고 깔끔하게 북한을 보게 된다. 그게 책의 매력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8-04-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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