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부화한 동화 속 황금알 자본주의 풍파 겪는다면

[어린이 책] 부화한 동화 속 황금알 자본주의 풍파 겪는다면

이슬기 기자
입력 2019-10-24 17:22
수정 2019-10-25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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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병아리 삼 형제는 어떻게 살았을까?
올가 데 디오스 지음/남진희 옮김/산하/64쪽/1만 3000원


우리가 익히 기억하는 옛 동화의 마지막은 늘 그랬다. 선한 이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였고, 악인들은 ‘벌을 받았답니다’ 정도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누군가의 인생이 행복하게 살았고, 벌을 받았다는 정도로 한 줄 요약될 수는 없다. 그림책 ‘황금 병아리 삼 형제는 어떻게 살았을까?’는 동화, 그 후에 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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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7세기 프랑스 작가 라퐁테의 우화집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황금알을 낳는 닭을 손에 넣은 부부가 조급한 욕심 탓 닭의 배를 갈랐다가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는 얘기에서 작가는 다시 묻는다. 그 황금알들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스페인의 작가 올가 데 디오스의 책에서, 황금알에서는 뜻밖에 황금 병아리 세 마리가 탄생한다. 이들 병아리는 현대를 사는 누구나 그렇듯,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모진 풍파를 겪는다. 삼 형제 가운데 맏이인 엘리오는 맘씨 고운 이웃들을 만나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로 모두가 떠돌이가 되자 황금의 가치를 찾아나선 낯선 이들에 의해 위협받는다. 예술가가 된 둘째 마르틴은 사람들이 ‘황금 화가’라는 타이틀에만 주목할 뿐, 정작 작품에는 관심이 없음을 깨닫고 크게 낙담한다. 가장 큰 알에서 태어난 막내 로케는 자신의 몸뚱이를 떼어 작게는 모자에서부터 큰 빌딩까지 사들인다. 결국 뼈와 이빨 하나만 남은 로케가 마지막으로 사게 된 낡은 책 한 권. 그 책이 바로 ‘황금 병아리 삼 형제는 어떻게 살았을까?’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로케는 형들을 찾아나선다. ‘행복하게 잘살았습니다’가 전부가 아니듯, 어렵사리 재회한 이들 형제의 다음 행보를 추측하는 것은 다름 아닌 독자의 몫이다. 읽는 내내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9-10-25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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