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

입력 2020-04-28 17:18
수정 2020-04-29 02:2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시는 위로다] <2>김해자 시인

이미지 확대
일러스트 김송원 기자 nuvo@seoul.co.kr
일러스트 김송원 기자 nuvo@seoul.co.kr
집에서 꼼짝 말라는 기저 질환자가 된 내게
여수에서도 배 타고 두어 시간 가야 당도하는 머나먼 섬,
거문도 수협 중매인 35호 수산 최형란이 생선을 좀 보낸대서
대구 사는 후배들 주소 몇 찍어주었는디

고향 바다 건너 뭍으로 간 간고등어 토막고등어들이
우짜면 이리 푸짐하고 정갈하노, 억세게 칭찬받아가며
노모께 몇 손 가고 친구들에게도 두세 마리씩 이사 갔다고
백신 한 보따리 받았으니 잘 묵고 더 힘내겠다고
김밥 싸고 배달하는 김병호가 우리 동네 이웃들
나무들과 고라니와 별들에게까지 안부를 전해왔는디

사흘 후 최형란이 부녀회에서 생선 좀 보태기로 했다고
십시일반 모은다는 게 큰 박스 8개가 만들어졌다는디
나흘 후 배 가른 갈치 통갈치 키 크고 덩치 좋고 인물 훤한
삼치들이 꼼짝없이 갇힌 쪽방 사는 어른들과 의료진들 먹일
김밥 싸고 있는 대구 바보주막에 당도했다는디

엄청시리 왔어요… 이 은혜를 우짠다요…
농갈라묵고 또 농갈라묵었다고 농갈라묵은
김채원이도 중매인 최형란이도 울컥했다고
얼떨결에 중매쟁이 된 내도 덩달아 울컥하는디
오병이어가 별 긴가, 갈라묵고 살믄 살아지는기라,
이미지 확대
김해자 시인
김해자 시인
■김해자 시인은

전남 신안에서 태어났으며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 ‘해자네 점집’ 등 출간. 이육사 시문학상, 만해문학상, 구상문학상 본상 수상.

2020-04-29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0월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할까요?
오는 10월 개천절(3일)과 추석(6일), 한글날(9일)이 있는 기간에 10일(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시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는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기사를 읽어보고 황금연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1.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한다.
2.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필요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