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서임식 참관 값비싼 여행상품 논란

추기경 서임식 참관 값비싼 여행상품 논란

입력 2014-01-26 00:00
수정 2014-01-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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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2001년 본인 서임 때 “오지말고 여행비 기부하라”

염수정 추기경이 오는 2월 22일 공식 서임될 예정인 가운데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서임식 참관을 겸한 순례 여행상품이 등장하자 천주교 안에서 작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임식 때마다 순례단이란 이름으로 관광단을 꾸려 앞다퉈 로마로 달려가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특히 이런 일은 “추기경 서임은 승진이 아니며 소박하게 받아들이라”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요구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천주교에 따르면 한 교계 여행사는 염 추기경이 참가하는 2월 22∼23일 서임식과 축하미사 일정에 맞춰 ‘이탈리아와 독일·오스트리아 가톨릭 전통과 문화 순례’ 상품을 내놓고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비용은 9박10일 상품이 378만원, 11박12일 상품이 408만원이다.

서임식 참관을 기본으로 에탈수도원, 비스성당, 피렌체, 볼로냐, 뮌헨 등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

다른 여행사들도 서임식 참가를 포함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거나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천주교 신자는 “큰돈을 들여 서임식을 직접 보러 로마에 갈 만한 신자가 얼마나 되겠냐”면서 “갈 수 있는 사람들만 가는 일이 되풀이된다. 이러다 보니 여행사 직원보다도 로마를 더 잘 아는 신자도 있다”고 말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도 화려하거나 떠들썩한 서임축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게 여러 면에서 드러난다.

교황은 최근 신임 추기경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추기경은 승진을 뜻하지 않습니다. 영예도 장식도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의 시야를 넓히고 마음을 열어야 하는 봉사직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서임을 소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십시오.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되 세속적 과시나 금욕, 절제, 가난의 복음적 정신에 어긋나는 형식이 되지 않도록 명심하십시오”라고 당부했다.

교황이 지금까지 관행을 깨고 신임 추기경 명단을 사전 통보 없이 갑작스레 발표한 것도 축하행사를 크게 하지 말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2001년 자신이 추기경에 서임됐을 때에도 모국인 아르헨티나 신자들을 향해 “로마에서 열리는 서임식과 축하미사에 참석하지 말고 여행비용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교황의 서한에 깊이 공감하며 2월 22일 바티칸 성 베드로대성전에서 열릴 서임식과 3월 4일 명동성당에서 봉헌 예정인 서임 감사미사 때 그 뜻을 충실히 반영하겠다”며 “교계 여행사들은 서임식 참가 목적의 순례단 모집을 최대한 자제해 주길 바라며 신자 여러분께서도 기도로 함께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3월 4일 서임 감사미사와 관련한 축하 화환이나 축전을 받지 않고 축하연도 따로 갖지 않을 계획이다. 앞으로도 교구 내 행사를 최대한 간단하고 소박하게 진행하면서 가난한 이들과 더욱더 함께하라는 교황의 뜻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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