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총칼로 망할 것”… 105년 전 그린 ‘숨은 태극기’의 항일 의지

“일제 총칼로 망할 것”… 105년 전 그린 ‘숨은 태극기’의 항일 의지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02-21 18:34
수정 2023-02-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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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시왕도 태극기. 선원사 제공
지장시왕도 태극기. 선원사 제공
전북 남원 선원사의 불화에서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 의지를 담아 그린 것으로 보이는 태극기가 발견됐다.

선원사 주지 운문 스님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최근 선원사 명부전에서 기도하던 중 지장시왕도 괘불탱화에서 태극기 그림이 나왔다”고 밝혔다. 태극기 전문가인 송명호 전 근대문화재전문위원에 따르면 불화에서 항일 독립운동 태극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극기는 지옥을 관장하는 10명의 왕 가운데 제6대 왕인 변성대왕 관모에 그려져 있다. 태극기 크기는 가로 8.3㎝, 세로 4㎝이며 가운데 있는 원의 지름은 2.2㎝다. 태극의 양은 홍색, 음은 뇌록색(잿빛을 띤 녹색)으로 채색됐고 양 태극을 백색이 둘러싸고 있다. 위쪽에 건괘와 리괘, 아래쪽에 곤괘와 감괘를 배치했다. 크기가 작은 것은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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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시왕도. 선원사 제공
지장시왕도. 선원사 제공
변성대왕은 칼산으로 된 도산지옥 등을 관장하며 죄를 지은 자들을 심판하는 대왕이다. 운문 스님은 “변성대왕의 관모에 태극기를 그려 넣음으로써 총칼로 대한제국을 멸망시킨 일제가 결국 총칼로 망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지장시왕도 하단의 화기(畵記·그림의 내력을 쓴 기록)에 따르면 태극기가 제작된 시기는 1917년 11월 5일에서 17일이다. 당시 주지 기선 스님이 당대 최고의 학승이자 화엄사 주지인 진응 스님에게 괘불탱화 제작 전 과정을 증명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진응 스님이 만해 한용운과 함께 독립운동을 벌인 기록이 있는 만큼 독립운동연구사에도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진응 스님은 일본 조동종에 맞서 임제종을 설립해 우리 불교를 수호하는 데도 앞장선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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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시왕도 화기. 선원사 제공
지장시왕도 화기. 선원사 제공
송 전 위원은 “태극기가 1910년대 이후 사용된 독립운동 시대의 태극기 문양과 같아 오늘날 형태로 정착되기 전 단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장시왕도 태극기는 독립을 바라는 불교계의 서원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선원사는 지장시왕도를 국가근대문화재로 등록 신청할 예정이다.

선원사는 신라 49대 헌강왕 원년(875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에서 순절한 승병과 백성, 장수, 사병 등 만인의사를 비롯해 독립투사 등의 충절을 기리고, 극심한 가뭄에는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기 위해 남원시민들과 함께 괘불재를 지내는 등 남원지역민들의 애환을 함께해온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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