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조카 의연이의 결혼식에 간 어머니를 매일같이 찾으면서도 아버지는 오늘도 빈 말씀(?)을 하십니다. 이래서 가끔씩 떨어져 있어 봐야 부부간의 금실이 더 좋아진다고 하나 봅니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잠시라도 메우는 역할은 자식들 몫이지요. 덕분에 그사이 못 나누었던 이야기보따리를 이참에 한껏 풀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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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훌쩍 넘어 구순을 내다보는 아버지의 옛이야기는 마치 파노라마처럼 흘러갑니다. 코흘리개 시절 대동강(大同江)을 헤엄쳐 건너가다 죽을 뻔한 일, 할아버지가 그 강에서 잡으신 숭어를 맛나게 먹던 기억, 초등학교 시절 일본인 교장이 훈시하던 바로 그때, 하필 옆자리의 친구가 뀐 방귀 소리에 웃음이 터져 ‘못된 조센징’이라고 실컷 얻어맞았던 일. 지금껏 수백 번도 더 들었을 이야기들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다 새롭습니다. 한국전쟁 때 어머니와의 운명적인 만남, 부산 피난 시절의 결혼, 어느덧 6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두 분은 아들 넷, 며느리 넷, 여덟 명의 손자, 손녀를 둔 부자(?)가 되었고, 보름 전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증손주 소식도 들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어머니의 80세 생일이었습니다.
“어머니, 저희가 이렇게 좋은 세상 볼 수 있도록 태어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더 좋은 일 있다!”
“그게 뭔데? 아버지가 아침에 뽀뽀해줬어?”
“뽀뽀는 무슨? 그보다 백배, 천배 반가운 일!”
맏손자 며느리의 임신 소식은 그렇게 부모님에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쁜 일이었습니다. 아직은 낯설기만 한 할아버지란 호칭에 저도 곧 익숙해지겠지요?
저 멀고 먼 우주 끝에서 날아온 이름 모를 쪼그만 씨앗이 이렇게 번지고 또 자랄 것이라 그 누가 알았을까요. 두 분의 나이를 합쳐도 160세가 넘는 아버지, 어머니는 아는 듯 모르는 듯 아무 말씀도 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십니다.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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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