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왕따

입력 2012-02-19 00:00
수정 2012-02-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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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초등학교 때입니다. 같은 반에 아주 얌전한 여자애 같은 남자애가 있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전 그때 그 아이를 놀려대는 데 재미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말로만 놀려대던 것이 점점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지요. 급기야는 다른 몇몇 급우들과 작당해서 그 아이를 옥상에 데려가 혼을 내줬던 기억이 납니다. 집단 구타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무튼 가혹행위를 한 것은 틀림이 없지요. 그러고도 몇 번 더 비슷한 일이 있고 나서 결국은 그 애 어머니가 저를 조용히(?) 집으로 불렀습니다. 다른 것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 말씀은 생생히 기억납니다.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단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네 엄마의 마음도 나랑 똑같을 거야.”
그 후론 그 비슷한 일도 없었습니다. 어느새 졸업을 하고 그 아이 소식은 알지 못한 채 30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여느 학교처럼 동창회를 했습니다. 우린 만났지요. 서로 대번에 알아봤습니다. 저를 보고 무척 반갑게 웃는 그 친구는 그사이 의사가 됐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듯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지금껏 안 좋은 기억으로,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지요. “미안하다. 그땐 정말 잘못했다.” “그런 일이 있었나? 괜찮아, 괜찮아.” 그 후로 우린 좋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왕따’로 자살한 아이의 얘기를 들으면서 제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지금은 다 컸지만 제 아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습니다. “절대 누굴 왕따 시키지 말고, 왕따 시키는 놈이 있으면 반드시 못 하게 해야 한다.” 왕따를 당한 아이도, 왕따를 시킨 아이도 모두 우리 아이들입니다. 왕따란 결국 내 아이가 당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부모의 무관심과 교사들의 무책임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입니다.

40년이 지난 오늘, 제 친구 어머니의 말씀을 되새겨봅니다.

발행인 김성구(song@isamt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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