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겨레말] 왜곡, 외곡, 의곡

[우리말 겨레말] 왜곡, 외곡, 의곡

이경우 기자
입력 2016-04-21 15:04
수정 2016-04-21 15: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왜곡’(歪曲)이 넘쳐난다. 이번엔 중국이고, 시인 윤동주다. 윤동주의 국적이 중국이란다. 서울시인협회는 20일 중국이 용정 명동촌의 윤동주 생가에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 윤동주’라는 안내석을 세웠다고 밝혔다. 중국 동북 지역을 모두 자신의 역사로 둔갑시키는 동북공정의 하나다. 중국은 고구려, 발해도 자기들의 역사라고 억지를 부렸다.

일본은 더 심하다. 고대사는 물론 근현대사까지 조작한다. 일찍이 한반도 남부를 일본이 지배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이다. 올바른 역사 해석이 아니었다. 침략의 정당성을 찾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은 고교 교과서에 반영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 자신들이 저지른 야만적 행태를 감추고 조작하는 것에도 서슴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사실이 없다고 꾸며 댄다. 모두 역사를 구부리고 비트는 일, 왜곡이었다.

‘왜곡’은 말 자체도 여러 곡절을 겪었다. 지금은 누구나 ‘왜곡’이라고 하지만, 한때는 ‘왜곡’, ‘외곡’, ‘의곡’으로도 쓰였다. 1960년 봄 한 신문에는 이와 관련해 한 국어학자의 글이 실렸다. 당시 서울대 이응백 교수는 국어사전들이 ‘왜곡’을 어떻게 표기하고 있는지 전했다. ‘왜곡’이라고 한 사전이 네 곳, ‘의곡’이라고 한 사전이 여섯 곳이라고 밝혔다. 옥편들은 대부분 ‘왜’(歪)를 ‘의’로 표기하고 있었다. 그는 ‘훈몽자회’에는 ‘왜’, ‘강희자전’에는 ‘외’로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1964년 여름 또 다른 신문에는 ‘왜곡’이 아니라 ‘의곡’이 맞지 않느냐는 독자의 의견이 실렸다. 그 독자는 학교에서 ‘의곡’이라고 배웠는데, 왜 ‘왜곡’이냐고 물었다. 한글학회의 사전, 민중서관의 사전 등 주요 사전들이 ‘왜곡’이었다. 각 신문도 ‘왜곡’으로 쓰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이것은 ‘훈몽자회’에서 연유한다고도 전했다. 조선 중종 때 최세진이 지은 ‘훈몽자회’는 어린이들을 위한 한자 학습서였다.

‘왜곡’에 대한 혼란은 1990년대 초까지도 조금 남아 있었다. 1993년 ‘왜곡’인지 ‘의곡’인지 또 독자가 물었다. ‘의곡’, ‘외곡’도 틀렸다고 할 수 없으나, 통상 ‘왜곡’으로 쓴다는 게 답변이었다. 옥편에는 ‘왜’(歪)가 ‘왜’, ‘외’, ‘의’ 세 가지로 나와 있다고 했다.

한 단어가 두 가지 이상의 음으로 읽히는 것은 큰 불편을 초래했다. ‘왜곡’, ‘의곡’, ‘외곡’을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언론인이자 국어학자였던 고 정재도 선생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처음부터 ‘왜곡’을 주장했다. 그는 생전에 ‘말과글’과의 인터뷰에서 ‘의곡’을 주장하는 학계를 끊임없이 설득했다고 했다. 지상 토론도 펼치고 논문도 발표했다. 그의 주장도 ‘훈몽자회’를 따른 것이었다. 지금 국어사전에서 ‘외곡’을 찾으면 ‘왜곡’으로 가라는 화살표가 보인다. ‘의곡’도 마찬가지다.

해방 이후 북녘에서는 달리 통일한 모양이다. 북녘에서는 ‘왜곡’을 ‘외곡’이라고 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가 나올 때 우리는 ‘왜곡’이라고 하지만, 북녘에서는 ‘외곡’이라고 한다. 남과 북의 언어 차이도 커지고 있다.

이새날 서울시의원 “광복 80주년의 희망을 음악으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이새날 의원(국민의힘, 강남1)은 오는 5일 낮 12시, 신촌세브란스병원 우리라운지에서 열리는 ‘2025 서울학생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여름연주회’에 앞서 특별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다. 매년 학생 오케스트라에 참석해 의미를 더했던 이 의원은 이번 행사에서 ‘희망의 소리’를 주제로 사전 무대를 꾸미며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학생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유일하게 서울시교육청이 직접 운영하는 학생 오케스트라로, 초·중·고 학생 76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여름연주회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희망의 소리’를 부제로 열리며 애국가, 아리랑, 반달, 리하모니 고향의 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작사한 ‘거국가’도 연주곡에 포함돼 의미를 더한다. 연주회에 앞서 직접 피아노 연주로 무대를 여는 이 의원은 “음악은 학생과 시민 모두를 하나로 잇는 따뜻한 언어”라며 “광복을 기념하고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자 연주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연주회는 이튿날인 6일 오후 4시,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에서도 이어지며 도산안창호윈드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thumbnail - 이새날 서울시의원 “광복 80주년의 희망을 음악으로”

이경우 기자 wlee@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