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기술은 선진국 수준… 지질분석 없이 행해지는 토목중심 공사가 제일 문제”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기술은 선진국 수준… 지질분석 없이 행해지는 토목중심 공사가 제일 문제”

최훈진 기자
입력 2015-11-15 18:00
수정 2015-11-1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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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보이지 않는 땅속을 잘 모르면서 함부로 건드리면 땅은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지질 특성에 맞는 토목 공법을 골라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도시 개발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안전보다는 비용, 시간 등을 우선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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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이수곤(62)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5일 싱크홀 현상의 총체적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기술은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땅을 바라봐 온 관점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땅속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지질 연구를 충실히 한 뒤 공사를 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국내 토목공사의 관행을 언급했다. “미국, 영국 등은 토목 전문가들이 지질 전문가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는데 우리나라는 지질을 과학으로만 취급합니다. 토목 엔지니어들이 도시개발을 주도하다 보니 그만큼 지질에 대한 이해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런 관행을 개선할 교육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영국 리즈대학에서 지질·토목 융합과정을 연구한 그는 “도시개발을 할 때 두 학문을 융합한 전문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일찍이 고등 교육기관들이 나서서 융합 과정을 개설해 전문가를 양성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학과 단위별로 폐쇄적인 문화가 존재해 융합은커녕 학문 간 교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지질·토목을 융합한 학문적 지식을 도시개발에 접목시킬 전문가 양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2의 ‘우면산 산사태’와 싱크홀의 발생은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두 재난 모든 지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토목 공사에 천착해 땅을 개발한 결과 나타난 부작용이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발생한 싱크홀들이 바로 지질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싱크홀 발생 지점들을 지도로 표시해 보면 과거 하천이 흘러 모래와 자갈이 20m 정도 쌓인 지역임을 알 수 있다”며 “서울 대부분 지역은 단단한 암석으로 되어 있어 도시개발이 용이하지만 일부는 땅 위 구조물의 하중을 견디는 힘이 약한 매립층”이라고 말했다. 매립층은 지반 자체가 연약할 뿐만 아니라 주변 지하수를 계속 퍼낼 경우 건축물이 침하될 위험이 일반 암석층보다 훨씬 크다. 이 교수는 비전문가인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예산을 쥐락펴락하며 정책을 결정하는 행태도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가 수많은 싱크홀이 발견된 잠실 일대의 연구 용역”이라고 말했다. “2010년 제2롯데월드 의뢰로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했던 한 업체가 제2롯데월드를 건설하면 하루 지하수 유출량이 100t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제2롯데월드 저층부를 개관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지하수는 하루 최대 500t이 유출되고 있습니다. 연약한 지반에서 지하수가 다량 유출되면 지반 침하가 일어나기 쉬워지는데도 서울시가 지난해 8월 ‘석촌호수 수위저하 원인조사 및 평가’ 용역을 또다시 해당 업체와 한국농어촌공사에 맡긴 것은 문제입니다. 이 교수는 송파구 일대 지반 안정성 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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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5-11-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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