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가 재난이다] <4> 코로나 청년 잔혹사
내 집 마련 어려워져 주식시장 ‘영끌’
“증권투자 통한 자산 격차 심화될 것”




황씨가 처음부터 미국 증시에 투자한 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직장 생활 5년간 모은 예·적금 5000만원을 종잣돈으로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봤다. 코로나 폭락장 속에서 두 달 만에 1800만원을 날렸다. 황씨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수익률이 절실했다. 주식 가격 제한폭이 ‘±30%’인 국내 증시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투기성이 강한 암호화폐 투자보다는 등락폭 제한이 없는 미국 증시가 그의 눈에 대안으로 떠올랐다.
황씨는 같은 해 6월 마이너스 통장으로 마련한 3500만원과 손실 본 투자 잔금 등을 합친 8000만원을 말 그대로 ‘영끌’해 미국 증시 투자를 시작했다. 시차 덕분에 저녁 8시에 퇴근한 후 새벽까지 마음 놓고 미국 증시를 살폈다. 황씨는 하루 3시간 수면 외에는 여가 시간 전부를 주식 거래에만 몰두했다. 그가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테마주로 꼽혔던 한 종목에 ‘올인’했던 승부가 통하면서다. 황씨는 미국 증시에서만 누적 수익률 1012%를 거두는 ‘대박’을 쳤다.
●점점 벌어지는 격차에 마통 등 주식 올인
‘빚투´(빚 내서 투자)는 위험하다. 하지만 황씨는 “손실을 봤을 때 대출을 추가로 받은 건 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감수해야 할 리스크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처럼 초기 자본이 부족한 젊은 직장인들은 수익률이 높아도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노려 빚투를 한다”며 “상대적으로 급여가 센 대기업에 근무해 마이너스 대출 전액을 잃어도 다시 복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주택 중위값 8억대… 소득 못 따라가
모든 사람이 황씨처럼 부의 추월 경쟁에서 승리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20·30세대가 빚투와 영끌에 몰입하는 것은 갈수록 벌어지는 자산 격차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황씨도 ‘제로 금리’ 시대에 꼭지의 끝조차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을 만회하려고 미국 증시에 뛰어들었다. 그는 “청약에 당첨된 아파트 중도금 4억원을 고민하다 주식 투자에 올인하게 됐다”고 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주택의 중위 가격은 8억 759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19년 1월 가격(6억 3206만원) 대비 27.7%가 늘었다. 반면 소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 추이를 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소득 3분위가 3분위 주택을 구입할 경우 서울은 15.6에 달해 2019년 1월(12.9)과 비교해 20.9% 늘었다. 숫자 그대로 15.6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은 오르는데 실물경제는 어렵고 청년들로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근로소득 대신 자산소득 쪽으로 눈길이 가는 것”이라며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금리가 오르면 조정장이 오겠지만 증권 투자를 통한 자산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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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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