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더 떠들고 더 놀라니, 무슨 공부방이 이래?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더 떠들고 더 놀라니, 무슨 공부방이 이래?

입력 2013-02-21 00:00
수정 2013-02-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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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능곡 주공13단지 가보니

지난 19일 오전 경기 시흥시 능곡동 주공13단지. 왁자지껄한 꼬마들의 떠드는 소리가 공부방 밖까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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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니 초등학생 30여명이 손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고 있다. 팀을 꾸려 한마디씩 떠들며 그림을 그리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선생님도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는커녕 함께 노느라 바쁘다. 무슨 공부방이 이렇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공부방은 여느 곳과 다르다. 공부보다 인성과 꿈을 키워 주는 것이 먼저다. 공부방을 맡고 있는 한미영(45)씨는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기는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면서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 학습을 할 기회를 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LH는 매년 공부방에 1000만원의 운영비와 500만원의 체험 활동비를 지원해 부모들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다.

4학년에 올라가는 오혜경(11)양은 “얼마 전에 치과 의사 직업 체험을 했는데 이를 뽑는 게 너무 재밌었다”면서 “매일 하는 영어 공부가 싫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어울려서 하면 재미있어진다”고 말했다.

그래도 습관을 들이기 위해 매일 공부를 빼먹지는 않는다. 모든 게 자유롭지만 규칙은 있다. 예쁜 말로 대화하는 것이다. 한 공부방 선생님은 “처음에 ‘너 죽는다’고 말하던 애들이 이제 ‘그거 하지 말아 줘’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LH는 전국 500여곳의 임대아파트에 이런 공부방을 만들 생각이다. 현재 22곳에서 운영 중인데 올해 안에 20여곳이 더 늘어나게 된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온돌로 바꾸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책장에 책을 채워 주는 것도 LH의 몫이다. 1년 예산만 5억원이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LH 멘토와 꼬마친구’들과는 별도로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재능 기부도 추진한다. 3~4명씩 일종의 특공대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그림이나 음악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공부방이 안정되면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단지의 특성에 맞게 특화된 공부방을 선보이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3-02-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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