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충격은 줄어들었지만 안전 불신은 여전”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충격은 줄어들었지만 안전 불신은 여전”

입력 2014-07-18 00:00
수정 2014-07-18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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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전하는 학생들의 충격감

세월호 참사 3개월, 슬픔과 분노는 가라앉고 있다. 교육현장은 일상을 회복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학교가 다시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교육시민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이봉수(42·덕성여고) 교사와 박숙영(43·여) 교사를 만나 세월호 이후 교육현장의 변화, 특히 교사들과 학생들의 심리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교사는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박예슬(17)양의 그림 전시회를 최근 학생들과 다녀왔다. 좋은교사운동에서 회복적 생활교육 연구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 교사는 세월호 참사 후 ‘애도수업’을 기획,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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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민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이봉수(오른쪽) 교사와 박숙영 교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의 의식 변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교육시민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이봉수(오른쪽) 교사와 박숙영 교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의 의식 변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세월호 참사 소식을 처음 접한 뒤 학교 분위기는 어땠나.

-박숙영(박) 놀랐고, 당황했다. 늘 안전하지 않은 수학여행을 강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멀리 이동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데다 아이들은 일탈을 원하고, 턱없이 적은 수의 교사는 피로 속에서 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봉수(이) 침울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은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것 같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의 인식이나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나.

-이 ‘내가 타고 있는 지하철이 안전할까’란 식의 얘기들을 한다. 충격이나 슬픔은 서서히 사라지는데 불신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수학여행을 없앤다고 했을 때 학생들은 분노했다. 수학여행이 사고 원인이 아닌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학여행을 없앤다고 하니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박 고1, 2를 대상으로 애도수업을 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들었는지 얘기하고, 잃어버린 것과 중요한 것을 탐색하는 수업이었다. 한 학생은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을 때 자신은 다른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며 재밌게 놀았는데, 뒤늦게 알고 미안했다고 얘기했다. 학생들은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책임, 안전, 소통, 신뢰 등을 꼽았다. 반에서 한두 명은 꼭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나중에 한국사회가 무엇을 잃어버렸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 학생들이 훨씬 구체적이고 이성적으로 답했다.

→선생님들은 수학여행을 어떻게 생각하나.

-박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개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입시에 매여 있는 학생들에겐 수학여행이 유일한 일탈의 기회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끼리 아찔한 체험 등을 계획하고 교사들은 사고를 막고자 일률적으로 통제한다. 현재의 방식은 너무나 큰 위험을 담보하고 있고 학생과 교사 모두 재미없고 힘든 여행을 수십 년째 반복하고 있다.

-이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이 개인주의적이어서 단체로 하는 활동은 체육대회와 수학여행밖에 없다. 소규모로 나눠서 수학여행을 가도록 한다는데, 위험 부담을 분산한다는 것일 뿐 교육적 효과가 있는 방안은 아니다. 수학여행이 잘 이루어지려면 좋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한다. 책상에서 만들어진 정책이 현장에서는 무력해지는 경우가 많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학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박 세월호 참사 당시 시험을 앞두고 있던 몇몇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슬픔은 나중에…”라고 말했다. 잔인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의 교육은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데 익숙하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질문하고 대화하는 수업을 하도록 교사들도 바뀌어야 한다. 교사들도 문제의식은 있지만, 수동적인 시스템에 길들여져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과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겪어볼 만한 고통이다.

-이 세월호 사건을 보면, 그래도 가장 인간적이고 이상적으로 행동했던 것이 학생과 교사이다. 학교가 문제가 많다지만 아직은 가장 희망적이고 밝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월호 사건은 결과 중심의 사회가 빚어낸 참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 정책과 학교 현장도 결과 중심에서 벗어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7-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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