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촛불집회 본 아내는 좋아했지만 난 ‘저들이 내게 뭘 요구할까’ 겁났다”
“20년 정치인생을 돌아봤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꿨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다른 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꼭 한 달 앞둔 23일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가 출간됐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기록과 구술, 주변인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노무현재단이 펴냈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하는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자서전의 주요내용을 정리했다.
●2002년 대선 정몽준씨가 유세장에 나오지 않았다.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등 소위 4대 권력기관장을 포함한 내각 절반, 정부산하단체와 공기업 기관장 절반의 인사권을 요구했다. 이 요구를 거절했다. 김원기 고문이 “노무현 후보가 구두 약속했다고 정몽준씨에게 거짓말을 하고 뒷일은 내가 다 책임지고 은퇴라도 하겠다.”고 했다. 나는 화를 냈다. 거짓술수를 허락하느니 실패한 대통령 후보로 남겠다고 했다.
●탄핵 아내는 촛불집회 소리를 들으며 우리 편이 저렇게 많다고 좋아했지만 나는 겁이 났다. 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와서 나를 구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내게 무엇을 요구할까.
●남북정상회담 김정일 위원장은 거침없이 말하고, 충분히 이야기하면 말이 통하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는 북에서 만난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그리고 홀로 유연했다.
●검찰개혁 실패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이런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 뒤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 당한 모욕은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10-04-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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