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부패 효과적 대처수단“ vs ”기존 법질서와 상충“
청와대가 ‘검사 스폰서 의혹’을 계기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완화하는 여러 방안의 도입을 추진하면서 상설 특별검사제가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상설 특검제는 기존 특검제와 수사 방식과 대상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특검제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확보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특검법을 제정해 일정 기간 특별검사의 지휘 아래 수사하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개별 사안마다 가동되는 특검은 정략적 고려에 의해 무분별하게 남발될 우려가 있고,여야의 의석수 분포에 따라 특검법이 가결되기도,부결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정략적 운용 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검찰이 특검을 의식해 저인망식 수사를 벌여 정작 특검이 출범해도 새로운 사실을 규명하는 데는 한계를 보일 때가 많았으며 그로 인해 예산 낭비,과잉 수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상설 특검제는 사무처 등 사무기구를 상설해 놓고 운용하다가 법에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특검을 가동한다는 점이 기존의 개별 특검과 다르다.
상설 특검은 공직 부패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자 검찰에 집중된 수사권과 기소권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에 ‘특별검사 상설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과거 한나라당과 노회찬 전 의원 등은 상설특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상설특검법안에는 ‘대통령과 그 배우자 및 8촌 이내 친족과 인척,대통령 비서실 1급 이상 공무원,국무총리,국회의원,법관,검사와 관련된 사건’을 상설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법안은 또 국회 상임위원회나 국정조사위원회가 고발 또는 조사를 요구한 사건으로서,국회가 본회의에서 결의한 사건에 국한해 특검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법안은 국회 심의 과정을 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상설 특검이 검찰권 견제에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오지만,한편으로는 기존 법질서와 상충되고 장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1일 ”헌법상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영장청구권은 검사에게 부여돼 있다“며 ”상설 특검이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건 검찰 대안기구를 논의하려면 결국 헌법 등 기존 법과 상충되는 부분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특별검사나 공수처가 검사를 일부 지원받아 수사하면서 결국 검사를 지휘하는 구조가 된다면 기존 검찰 조직과 다를 바 없는 불필요한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강력한 주문을 계기로 검찰개혁 논의가 탄력을 받으면서 정치권과 법조계 주변에서는 그야말로 백화제방식의 개혁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의 검찰심사회나 미국의 연방대배심제처럼 검찰의 기소 과정에 일반인이 참여하거나 복수의 검사들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공소심사위원회’의 도입하는 방안,기존 ‘수사심의위원회’의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검찰이 공익의 대변자로서 범죄자를 형사법정에 세우는 ‘공소 제기’ 방식을 보완해 독일이나 프랑스,대만,미국의 일부 지역처럼 피해자 또는 개인이 범죄자를 소추할 수 있는 ‘사인 소추’(私訴)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형사소송법의 근간을 손질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문제라는 주장이 많다.반면 지극히 개인적인 분쟁이나 명예훼손 등 일부 사건은 사소를 허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모든 권한을 쥘 필요는 없다.버릴 것은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도 ”사소가 허용되는 국가에서도 사실상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국가경제적으로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