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총장 연임 확정 순간
“이제 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21일 오후 3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내 총회장. 조지프 데이스 유엔총회 의장이 개의 선언과 함께 의사봉을 두드리자 어수선하게 환담을 나누고 있던 192개국 대표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의장은 “총회는 오늘 사무총장 지명 건을 심의한다.”고 밝힌 뒤 안전보장이사회와 각 지역그룹이 반기문 총장 연임을 지지하는 서한을 보내왔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날 총회가 순전히 반 총장을 위한 행사임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어 안보리 의장국인 가봉 대사가 연단에 나와 “반 총장은 지난 4년 반 동안 뛰어난 임무 수행으로 기대에 부응했다.”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이에 데이스 의장은 “안보리의 반 총장 연임 제안 결의안을 박수로 채택하자.”고 제안했고, 192개국 대표들은 지체 없이 화답했다. 박수는 10초가량 이어졌다. 의장이 “이제 박수로서 반 총장의 연임이 확정됐다.”고 선언하자 장내에서는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개의 15분 만에 만장일치로 반 총장의 연임이 확정된 것이다.
이제 이날의 주인공이 나타날 차례였다. “반기문 사무총장 각하(His Exellency)를 총회장으로 모시자.”는 의장의 말과 함께 반 총장이 총회장 중앙 뒤쪽에서 의전 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입장했고, 192개국 대표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로 ‘한국인 반기문’을 맞았다. 마치 미국 대통령이 의회 시정연설 때 입장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연단에 선 반 총장은 허리를 숙이는 ‘한국식 인사’로 답례했다.
데이스 의장은 옆자리에 앉은 반 총장을 향해 “각하께 총회의 사무총장 연임 승인을 알리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각하께서 보여 준 놀라운 지도력에 대해 모든 회원국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라고 했다. 이 찬사를 시작으로 6개 대륙 대표들의 상찬이 이어졌다.
아프리카 대표, 아시아 대표, 동유럽 대표, 중남미 대표, 서유럽 대표, 총회 개최국인 미국 대표 등이 차례로 반 총장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혔고,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국 국민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각 대륙 대표와 안보리 의장 등 유엔 기구 대표 20여명이 연단에 도열한 상태에서 반 총장은 유엔 헌장 원본에 손을 얹고 사무총장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선서를 했다.
선서가 끝나는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윽고 수락 연설에 나선 반 총장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번갈아 가며 “함께하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역설했다. 그가 연설을 끝내며 ‘감사하다’는 말을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유엔 공식 언어로 차례로 말했을 때 좌중에선 탄성이 들렸다. 이로써 100분간에 걸친 총회가 모두 끝났다.
이날 신선호 대사 등 북한 대표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박수로 연임을 축하했다.
또 문희상·김성곤·도영심씨 등 한국에서 온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귀빈석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참관했다. 뉴욕 지역 한인 교포들이 대거 방청석을 차지하는 등 이날 하루만큼은 유엔이 마치 한국에 ‘접수’된 모습이었다. 총회가 끝난 뒤 반 총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려는 각국 대표와 내빈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뉴욕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6-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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