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임] “행복하려면 총장직 안 맡아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임] “행복하려면 총장직 안 맡아야”

입력 2011-06-23 00:00
수정 2011-06-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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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위상 상응하는 기여 필요”

“행복하려면 유엔 사무총장을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연임이 확정된 뒤 유엔 한국대표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희생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인간적인 고뇌를 드러냈다.

→총회장에 들어설 때 기립 박수를 받았는데 소회는.

-회원국들이 적극 성원해 준 데 대해 깊은 감사와 겸허한 마음 느낀다.

→일각에서 너무 조용한 외교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조용한 외교든, 적극적 외교든 겸해서 사용해야지 어느 한 가지만 한다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그동안 나는 인권, 민주주의 등 인류 공통의 가치에 대해서는 강한 목소리를 내 왔다. 아랍 민주주의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낸 것도 그런 측면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어떤 자리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사무총장을 즐기느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행복하려면 유엔 사무총장을 안 하는 게 낫다. 보람은 느낀다. 그러나 자신의 행복이나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다른 직업을 택하는 게 낫다. 세상에 수많은 인재(人災)들이 있는데, 어떤 때에는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울 만큼 참혹하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울적하고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운 이들에게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교사도 없는 학교에서 공부했던 내 과거를 설명하면서 희망을 잃지 말라고 강조하곤 한다.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이라고 말했다는 데 수긍이 간다. 엄청나게 곤란한 일이 많다.

→임기 2기의 우선 과제는.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한 지속개발이 될 것이다. 물 부족, 에너지 부족, 식량 위기, 보건 문제 등을 따로 연구하지 않고 연관시켜 전체적인 맥락에서 검토할 생각이다. 여성 지위 향상도 중요 어젠다이고, 핵 없는 세상, 질병 예방 등에 대해서도 비전을 제시토록 하겠다.

→연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의외로 회원국들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호응을 받아 고무돼 있다. 한 달에 지구 한 바퀴씩 1년에 12바퀴를 돌고, 매일 정상급 인사들과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났다. 1년에 500회쯤 각료들과 전화를 하면서 생긴 신뢰관계가 바탕이 된 것 같다. 연임 도전 선언 후 정상들이 봇물 터지듯 지지하겠다고 얘기해 왔고, 편지를 보낸 정상 수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으면 하는가.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한국의 기여도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많은 개도국이 나를 유엔 사무총장으로도 보고 대한민국 사람으로도 본다. 경제 개발과 민주주의에서 성공한 나라의 사무총장으로 봐서 심적 부담을 갖고 있다. 한국의 위상은 어떤 기준으로 따져도 자랑할 만한 위치에 있다. 이에 상응하는 기여를 해야 한다.

뉴욕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6-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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