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본전” “민원 피하자” 구청장 부인들 꼭꼭 숨었다

“잘해야 본전” “민원 피하자” 구청장 부인들 꼭꼭 숨었다

입력 2011-07-21 00:00
수정 2011-07-21 00:2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부부동반 행사 참석 자제하는 이유 알아보니…

대통령의 해외순방이나 국내 행사 등에는 영부인이 동반한다. 어린이집 사업이나 한식세계화 사업 등 ‘영부인 프로젝트’도 있었다. ‘동네의 왕’인 서울시 구청장 부인들의 활동은 어떠할까.

●“구정은 직원과”… 아내 활동 반대 다수

이미지 확대
5대 민선 구청장들은 비교적 진보로 손꼽히는 민주당 출신들이 많지만, 부인들의 대외활동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다.

대통령의 업무가 국책사업 위주이지만 구청장의 업무는 생활밀착적이고, 지역경제인들과 깊은 관련이 있어 소소한 이권이 얽힌 민원들이 많다. 그 때문에 구청장 부인의 대외활동은 ‘비공식 민원창구’가 될 우려가 있다. 또 부인들의 활동은 과거 ‘옷로비 사건’과 같은 구설도 만들어낼 것이라는 걱정 탓도 적잖다.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유종필 관악구청장도 도서관 사서 출신인 부인과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공·사석에서 고백하지만, 부인이 구청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한다. 행사장에서 주민들을 만나게 되면 거절하기 쉽지 않은 민원들이 친구처럼 따라 들어오기 때문이다. 공식·비공식 구행사에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사진촬영이 취미활동인 부인은 남이 알아볼까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행사장을 방문해 남편 사진을 몇 장 찍고 홀연히 사라진다.

유 구청장의 주변에서 낡은 모자를 쓰고, 사진을 열심히 찍는 중년의 여성이 있다면, 그는 유 구청장의 팬이 아니라 그의 부인인 양욱미씨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구청장의 배우자가 움직이면 힘들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아내가 낮은 자세로 주민들과 만나고 활동해도 잘해야 본전이고, 조금만 어긋나도 ‘남편이 구청장이지 네가 구청장이냐’는 말이 나온다.”면서 “행사나 사업에서 구청장을 대리하는 사람은 부구청장이나 국·과장”이라고 말한다.

박겸수 강북구청장도 “새마을회, 적십자회, 각종 종교단체 봉사활동만 OK”라고 부인에게 일러놓았다.

그래서 부인은 지난해 ‘김장담그기 행사’에 자주 참석했다. 박 구청장은 “아내의 대외활동을 묶어 놓은 것은 보수적인 게 아니라 원칙적인 행위”라고 말한다. 취임식 때 딱 한 번 동부인한 이후로, 그는 구청장 부인과 국장·과장 부인들과의 봉사단체 결성도 반대해 서로 얼굴도 모르도록 해 놓았다.

박 구청장은 “구정은 구청장과 1000여명의 공무원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교사 등 자기 일 집중하기도

이성 구로구청장은 “선거운동을 할 때 아내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나서지 않고 다소곳하다는 게 이유였다.”면서, 나서지 않는 미덕을 강조했다. 서울시 고위 공무원 시절에도 부인은 국장부인 봉사단 활동에 간신히 참여할 정도였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입양한 두 아이까지 포함해 자녀 양육에 바빠 부인의 대외활동이 어렵다고 했다.

부인이 직업을 가져 구청장 부인 역할을 못하는 사례도 있다.

노원구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마들주민회’의 이지현 대표는 김영배 성북구청장의 부인이다. 마들주민회는 상계어머니학교의 후신으로, 여성들의 문맹 퇴치에 힘써온 풀뿌리시민운동단체다. 최근 노원구가 노점상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마들주민회가 반대해 살짝 갈등을 빚고 있다.

성북구청장과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노무현 정부 때 4년 동안 청와대 행정관에서 비서관으로 각각 승진한 ‘절친 선후배’인 만큼 이 갈등에 서로 불편을 느낄 수도 있겠다.

김 성북구청장은 “아내가 ‘누구의 부인’으로 사는 것을 싫어하고, 독립적이기 때문에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 사패산 터널공사를 두고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시민단체가 마들주민회였고, 당시 김 구청장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정부정책을 지지한, ‘독립적’ 활동의 경험이 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의 부인은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덕분(?)에 구청에는 취임식을 제외하고 얼굴을 내민 적이 없다.

김용일 서울시의원, 남가좌1동 래미안2차아파트 경로당 방문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서 의정활동하고 있는 김용일 의원(서대문구 제4선거구,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남가좌1동 래미안2차아파트 경로당을 방문,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경로당 운영에 관한 민원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날 방문에는 이나령 남가좌1동장도 함께했다. 이의린 회장을 비롯한 경로당 어르신들은 김 의원을 반갑게 맞이하며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어르신들은 현재 월 90만원의 지원금으로는 점심, 다과, 놀이, 간식 등을 해결하기에 매우 부족해 회비 각출과 주변의 지원 및 보조로 운영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경로당 구성원들의 다양한 취미를 존중하여 노래방 기기 설치를 요청했으며, 13년 된 냉장고 교체 등 노후화된 시설 개선에 대한 민원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누구나 세월에 따라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국가 발전에 기여하신 사회적 약자인 어르신들에게 더 나은 대우와 경로효친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의원으로서 서울시 예산 확보 등을 통해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로당 운영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thumbnail - 김용일 서울시의원, 남가좌1동 래미안2차아파트 경로당 방문

문소영·김지훈기자 symun@seoul.co.kr
2011-07-21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0월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할까요?
오는 10월 개천절(3일)과 추석(6일), 한글날(9일)이 있는 기간에 10일(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시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는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기사를 읽어보고 황금연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1.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한다.
2.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필요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