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法제정 ‘통일법’ 범주서 해야”
나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0년 가까이 공안검사로 일했다. 그러다가 2003~2006년 법무부 특수법령과(현 통일법무과)에서 근무하면서 정반대의 위치에서 북한을 접하게 됐다.당시에는 남북 교류가 한창 활발해 남북합의서와 교류협력법 등 각종 협의서 체결을 위해 북한 사람들과도 직접 만나게 됐다. 국가보안법을 다루고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는 위치에서 대화의 당사자로서 북한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효원 서울대 로스쿨 통일법 교수
극단적인 두 경험을 해 보니 남북관계라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두 가지 현실을 바탕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다. 평화통일을 위해선 교류협력이 있어야 하고,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같은 최소한의 방패막이가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헌법적인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풀어 보자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흡수통일이냐 합의통일이냐, 구체적 절차와 과정에 따라 남북한의 법률 통합과정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통일국가가 완성됐을 때 통합된 법률의 모습은 통일국가가 지향하는 헌법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고, 그것은 남한의 헌법가치와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부분은 남한의 법체계와 자유 이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북한 나름의 특수성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 60년 이상 독재체제에서 살다가 하루아침에 새 법체계가 적용되면 혼란이 클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를 위해 북한의 법제도 가운데서도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선별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통일된 단일국가에서 두 개의 법제도를 둔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타이완·홍콩에서 보듯 필요하다면 과도기로서 잠정적으로 북한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과도기는 짧으면 3~4년, 길면 10~20년이 될 수도 있다.
통일은 법제도의 통합이 아니라 사회통합을 목표로 국가공동체를 만들고 종국적으로 법률 통합이 완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 과정은 40~5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사회 문화적인 통합은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국내에서 통일법을 연구하는 교수 1호가 됐다. 통일법이란 통일된 이후의 통일국가에서 통용될 법뿐만 아니라 통일과정을 규정하는 규율체계, 통일과정에서 필요한 절차, 그리고 분단된 현 상태에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법체계 등 모두를 포함한다.
앞으로의 모든 법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통일법의 범주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법학자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민법 전문가는 남북관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민법을 연구해야 하고 인류학자, 사회학자, 언어학자는 법학자들과 모여 통일국가의 비전을 기준으로 통일법을 구체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그것이 분단 상황은 물론 통일의 과정을 거쳐 통일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통일국가를 디자인하는 필수적인 과제다.
●“머지않아 北에도 변화 올 것”
나는 지난해 설립된 서울대 통일법센터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해 왔다. 그동안 남북한 관련 법제가 총론적이고 추상적인 제시를 해 왔다면 앞으로는 구체적이고 각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법조인으로서 당장 돈벌이는 안 될지 모른다. 그러나 연구가 미흡한 만큼 연구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는 ‘블루오션’이다. 많은 후배 법조인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분야별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남북 교류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나는 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낙관한다. 통사적으로 보면 분단 이후 남북관계의 흐름은 발전하고 있다. 북한이 급변사태를 맞거나 혁명으로 인해 붕괴되기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체제 전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어떤 정권도 핵이나 식량지원만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머지않아 북한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과거보다 편안하게 통일을 논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또 그럴 수 있다고 희망한다.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약력 ▲46세 ▲서울대 헌법학 박사 ▲서울중앙지검 검사 ▲법무부 특수법령과 검사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베를린자유대학 유학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파견
2011-08-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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