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리용호 베이징서 ‘재회’…미묘한 긴장

위성락-리용호 베이징서 ‘재회’…미묘한 긴장

입력 2011-09-21 00:00
수정 2011-09-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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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이어 두달만에 회동..국내외 관심에 부담스런 표정

남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두 달 만에 다시 얼굴을 맞댔다.

지난 7월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을 했던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으로 무대를 옮겨 21일 회동한 것이다.

두 협상대표는 이날 오전 베이징 도심 장안클럽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대면하자 두 달 만의 재회를 반기듯 서로 반가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인사를 나눴다.

위 본부장이 먼저 “저희가 발리에서 뵌 지 거의 두 달이 된 것 같다”면서 “발리에서 뵐 때보다 더 건강해 보이시는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리 부상은 “아..네”라고 짤막하게 답했고 이어 위 본부장이 “대표단 모두가 환영한다”고 하자 리 부상은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앞으로의 펼쳐질 협상과정을 예고라도 하듯이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도 감돌았다. 특히 1차 회담때 적극적 태도를 보였던 리 부상은 이날 다소 긴장한 표정 속에서 말을 아끼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위 본부장은 “발리 이후에 남북관계의 전반적 여건이 전보다 나아진 느낌이 드는 듯해서 저희가 작으나마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자 리 부상은 “저도 그랬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답했다.

이에 위 본부장은 “오늘 협의가 잘돼서 더욱 그런 분위기로 이끌어갔으면 좋겠다. 생산적인 협의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내외의 관심이 굉장히 큰 것 같은데, 관심 속에는 기대도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부상은 “저도 마찬가지다. 이번이 두번째 만남인데 결실을 더 많이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위 본부장은 “네. 그렇게 해보죠”라며 회담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두 협상대표의 표정에서는 이번 회담에 국내외 언론의 기대와 관심이 쏠리면서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읽혔다.

오전 회담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돼 11시50분께 종료됐다. 회담장을 나오던 리 부상은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괜찮았다”면서 “회담은 오후에 계속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12시쯤에 나온 위 본부장은 “좋은 대화를 나눴으며 오후에 이어서 하게 된다”면서 “오후까지 해봐야 얘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위 본부장은 “많은 토론을 했다”면서 “우리 얘기도 했고 저쪽 얘기도 들었다”고 소개하고 “오후 회담시간은 오전과 비슷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양측은 오전 협상결과를 각기 본부에 보고하고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오후 3시30분께 회담을 속개할 예정이다.

회담 시작에 앞서 위 본부장은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명언을 인용, “플랜(Plan.계획)은 도움이 되지 않지만 플래닝(Planning.기획)은 유용하다”고 말해 협상이 순조롭게만 풀리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회담장은 남북 협상대표단의 숙소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 이내에 있는 회원전용 클럽인 장안클럽 8층 일품룸이었다. 회담의 호스트인 우리 측은 당초 여러 장소에 사전 예약을 해두고 적절한 회담장을 물색했으며 보안을 고려해 호텔이 아닌 회원전용 클럽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양측 대표단은 회담장에 도착하기에 앞서 일본 기자들이 주축이 된 외신 취재단을 따돌리기 위해 일종의 ‘007작전’을 벌였다.

장안클럽으로 오는 직선 코스를 피해 의도적으로 우회하거나 클럽 주위를 빙빙 돌며 취재차량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우리 측 대표단은 당초 예정시각인 오전 10시(현지시각)보다 5분 늦게 도착했고 북측 대표단은 그보다 20분 더 늦게 회담장에 입장했다.

회담장은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편에 호스트인 우리 측 대표단이 위치했고, 북측 대표단은 왼편에 착석했다.

이날 북한 대표단의 리 부상과 최 부국장 모두 차분한 의상을 택해 협상전략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1차 회담에서 밝은 색 의상을 입었던 최 부국장은 검은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핸드백을 멨고 리 부상도 톤을 맞추기라도 하듯 회색 양복을 입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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