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불출마 선언… 3선 정장선 민주당 의원이 한국정치에 던진 한마디

총선불출마 선언… 3선 정장선 민주당 의원이 한국정치에 던진 한마디

입력 2011-12-16 00:00
수정 2011-12-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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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들 맞아죽을 각오로 현안에 맞서라”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을 바라보는 정가의 시선은 대체로 일치한다. 더 큰 정치적 꿈을 위한 포석이 아니라 그의 말 그대로 ‘짐을 내려놓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만큼 그는 여의도에서 순수한 인물로 꼽힌다. 정 의원은 지난 14일 아침 국회 목욕탕에서 만난 의원들을 보면서 내년에도 험난한 선거를 치러야 하고, 국민의 불신 속에서 힘든 의정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들이 갑자기 측은해졌다고 말했다. ‘안풍’(안철수 바람)에 담긴 국민의 불신만큼이나 지금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정 의원처럼 불신받는 자신들의 모습에 지치고 상처받는 배지들이 적지 않다. 정 의원의 탈 여의도가 2011년 말 우리 정치의 단면을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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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이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는 “난 로봇이 아니다. 이제 멈춰 서야 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경기도의회 의원 시절 찍은 사진 속 ‘젊은 정장선’이 3선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치인생에 쉼표를 찍은 ‘현재의 정장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이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는 “난 로봇이 아니다. 이제 멈춰 서야 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경기도의회 의원 시절 찍은 사진 속 ‘젊은 정장선’이 3선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치인생에 쉼표를 찍은 ‘현재의 정장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고 했는데.

-꽉 찬 일정표에서 벗어나니 편하다. 후련하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데 앞으로 계획은.

-자신을 내려놓고 되돌아봐야겠다. 국민을 위한다고 말은 해왔는데 서민들 생활 속에 들어가서 같이 보고 느끼면서 스며들고 싶다. 두 번째 인생은 정치를 계속할 것인지, 다른 길로 갈 것인지를 정리하려고 한다. 국회의원보다 훨씬 더 애국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봤다. 정치만이 애국이고 국가를 위하는 길은 아니더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

→큰 정치를 위해서라는 사람이 많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중도사퇴해도 보선에 안 나간다. 얄팍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가장 큰 불출마 배경은 뭔가.

-정치 부재의 불신 상황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아무것도 없었듯이 책임도 안 지고 다음 단계로 가서는 안 된다. 3선이나 했다. 큰 책임이 있다. 다른 것은 없다. 지도부도 아니고, 초선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 요구에 밀려 더 이상 출마하는 것은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관성적으로 출마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가족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인데.

-어머니(81)께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셨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더라. 충격도 받으신 것 같더라. 설명하는 데 한나절 걸렸다. 아내나 두 아들은 곧바로 응원해주었다.

→12년 국회의원 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지역 문제로는 어려웠던 평택항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것이다. 미군부대 평택 이전 문제도 해결했고, 삼성전자 평택 이전도 9부 능선을 넘었다. 국회에서는 지식경제위원장을 하면서 중소기업인들의 어려움을 푸는 데 최선을 다했다.

→수면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평일은 거의 못 잔다. 차 안에서 토막잠도 전화가 하도 와 거의 못 잔다(14일 평택 동행 때 1시간 30분 자동차를 함께 이용했는데, 그때 10분 정도의 토막잠을 잤다). 기자와 당대표, 민원전화가 밀려와 거절할 수 없다. 이발할 시간도 내기 어렵다. 이제 수많은 행사에서 벗어나 잠 좀 잘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정신없이 뛰었다.

→의원 임기가 끝난 뒤엔 어떻게 지낼 것인가.

-비용이 최소로 드는 사무실을 평택에 마련해 조용히 활동할 것이다. 직접 운전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다. 몽골이나 신흥국에 잠깐씩 가 공부해보고 싶다.

→일반 시민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는.

-의원 때도 특별대우가 거추장스러웠다. 혼자 움직일 때는 일반인과 똑같이 했다.

→내년 총선 때 민주당 후보를 돕는가.

-정치 활동은 최소화하려고 한다.

→택시 운전면허는 왜 취득했나.

-정치하며 그런 경험 한 번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였는데, 너도나도 해서 실제로 택시운전은 안 했다.

→안철수 바람에 대해서는.

-이제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밝힐 때가 됐다고 본다. 정치를 할 건지, 왜 하려는지 밝혀야 한다.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것은.

-아내와의 여행이다. 편안하게 해보고 싶다.

→보좌진에게는 날벼락일 텐데.

-그 사람들이 말렸는데 불출마를 선언했다. 11년 된 보좌관, 12년 된 여비서 등에게 참 미안하다.

→10년 뒤 모습은 어떻게 그리나.

-외교관 출신으로 국회의원도 지낸 정의용 선배처럼 어디서든 계속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싶다.

→정치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왜 자신이 정치를 하려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마음이 정해지면 모든 것을 헌신해서 할 자세가 되어야 한다. 얼치기라면 안 된다.

→한국정치에 희망은 있는가.

-지도자들이 맞아 죽을 각오로 타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강경세력이 반발해도 타협해야 한국 정치에 희망이 생긴다.

→정말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솔직히 앞으로 일정에 대해서는 나도 알 수 없다. 누가 알겠는가. 답을 찾아보겠다.

→다시 묻겠다. 불출마의 숨겨진 동기는 있나.

-자꾸 꿍꿍이속이 있는 것처럼 보면 섭섭하다. 정말로 단순하다. 쇼하는 게 아니다. 불출마 결심이 어디 쉽겠나. 출마하면 되기 쉬운 구도인데. 정치인은 누구나 나이가 많아도 출마하려고 한다. 그러나 재충전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다. 돌아본 뒤 정치를 계속할지, 다른 세계를 찾아갈지 모색할 것이다. 운명이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정치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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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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