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탁상행정 강한 질타…국회 ‘밥그릇 챙기기’ 비판
이명박 대통령이 ‘전방위 군기 잡기’에 나섰다.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적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한 데 이어 28일엔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임기 5년차에 접어든 시점에 국정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름 값·설탕 값 상승, 주 5일제 수업 대책, 고속도로 통행료 주말할증 문제 등과 관련해 해당 부처의 주먹구구식 행정을 조목조목 질타했다. 최근 잇따라 내놓은 정부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 값에 대해서는 “정부가 방관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직설적인 어조로 비난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일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원유 값을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와 어떤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가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구체적인 지침도 내렸다.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난해처럼 정부가 정유업계의 팔을 비틀어 인하하는 것과 같이 지금껏 의지해 온 임시방편으로는 기름 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설탕 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직수입 방침이 자칫 공무원들의 무관심 때문에 일부 수입상과 제조업체의 배만 불리는 쪽으로 가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전면 시행되는 초·중·고교의 주5일 수업 대책을 보고하자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 자녀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며 재보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생활과 밀접한 정책에서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짜증 나게 하고 있는 건 아니지 다시 살펴보라.”면서 “(기름 값 등이) 오르는 것도 짜증 나는데 불편하게 해서 두 번 짜증 나게 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행태와 정치권 눈치 보기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공직기강을 다잡기 위한 다각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 ‘제 밥그릇 챙기기’ 행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회가 19대 총선에서 의석 수를 현행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린 것과 관련, “국회가 의석 수를 이렇게 늘려 가면 큰일 아니냐.”고 밝혔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국회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늘린 데 대해 상당히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면서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이 대통령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건설, 원전 건설 문제 등에 대한 야권 지도부의 ‘말 바꾸기’사례를 거론해가면서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단임 5년제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에 국정장악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일하는 정부’를 표방해온 만큼 정책의 최종소비자인 국민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것은 비판하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12-02-29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