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보다 대야 비판 높여…2월 임시국회 무위 비판 속내 담긴듯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현재의 정부조직법 대치 정국과 관련, 사실상 야당을 정면 비판하면서 향후 정치권의 ‘강 대 강’(强 대 强) 대치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오는 8일부터 3월 임시국회가 열리긴 하지만 정부조직법 핵심 쟁점에 대한 여야간 이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야당을 겨냥해 ‘작심 발언’을 함에 따라 정국 상황이 더욱 꼬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월 임시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청와대에서 한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원안 고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치권을 향해서는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는 식의 ‘읍소’를 한 측면이 강했다면, 임시국회가 무위로 끝난 뒤 정부조직법 대치 상황을 처음 언급한 이날 발언에서는 비판의 강도가 크게 높아졌다.
박 대통령은 안보ㆍ경제 위기를 거론하면서 “대내외 환경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제대로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 모두가 본연의 소임이 무엇인지 스스로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미래창조과학부 구상에 반대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 목사의 발언을 거론하며 “하나님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권세를 주신 것은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중한 말씀을 주셨다”면서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사심 없이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할 때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고 우리 국민에게 희망의 새 길이 열린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일부 정치지도자들이 ‘사심’을 가져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도 읽힐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전날 정부조직법 대치의 핵심 쟁점인 SO(종합유선방송국) 문제에 대한 청와대 원안 처리를 위해 공영방송 사장 임명요건 강화 등 3대 요건을 제시한 것을 언급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미래창조과학부와 관련된 정부조직법을 반대한 이면에는 결국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춘추관 브리핑 당시 민주당 제안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고 있는 증거”라면서 “말이 안되는 제안이자 정당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소망에 국민들께서 신뢰와 믿음을 보내주셨는데 우리 정치권에서도 한번 대통령을 믿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 “오로지 국민의 삶을 챙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야권과는 달리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과 국민의 삶을 위해 봉사하려고 한다는 점을 강조해 야권과 차별화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의 대야 강경 메시지로 당분간 여야간 대화 기류가 동력을 얻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지난 6일부터 가동한 수석비서관 회의 형태의 일일 상황점검회의와 각 수석비서관실 소속 비서관의 정부부처 일대일 책임 대응을 포함한 ‘비상국정운영’이 적지 않은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