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엔 로켓 발사자…2013년엔 ‘장성택과 갈등’ 군 수산부문 일꾼
북한 군부대 수산사업소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주 동안이나 평양에 머물며 특별한 환대를 받아 눈길을 끈다.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인민군 수산부문 열성자회의 참가자들이 오늘 평양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들의 평양 방문 목적은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군 수산부문 열성자회의에 참석하는 것이었지만 회의가 끝나고도 1주일 넘게 평양에 머물렀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최 연회와 신년 경축행사에 참석하고 각종 놀이공원 관람은 물론 치과 치료까지 받으며 ‘호사’를 누렸다.
이들은 평양에 머무는 동안 최고 호텔인 고려호텔에 묵었고 회의를 마치고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은 노동당 청사에서 모범 선장·어부에게 직접 표창장도 수여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중앙당 청사에서 주민들에게 직접 표창을 수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초 장성택 숙청 직후 북한이 군 수산부문 열성자회의를 갑작스레 소집하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온갖 특혜를 베푼 것은 장성택 세력과 군부 간 어업권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군부의 이권 공고화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 9월 말∼10월 초 황해남도 룡연군의 장성택 계열 외화벌이 회사에서 이권을 놓고 장성택 세력과 4군단 군인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다수 사상자가 속출했고 이 사건이 장성택 숙청을 앞당겼다고 전했다.
장성택 숙청이라는 북한 정치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 속에서 김 제1위원장이 직접 당사자인 군 사업자를 다독인 셈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성택 세력에 의해 위축됐던 군부의 이권을 보상해주는 모양새”라며 “한편으로는 군인들의 식생활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군을 격려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장성택 숙청이라는 중대한 사건 속에서 군 수산부문 관계자들이 2013년 연말 호사의 대상이 됐다면 2012년 연말에는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에 이바지한 과학자·기술자가 평양에 초청돼 대접을 받았다.
2012년 12월 20일부터 작년 1월 4일까지 평양에 머문 이들은 북한의 숙원사업인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해’ 갓 출범한 김정은 체제에 큰 선물을 안겨준 주역들이다.
이들 역시 평양 체류기간 고려호텔에 머물며 2주 넘게 평양시내를 유람하고 김정은 부부와 함께 목란관 연회, 신년 경축공연 관람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귀빈 대접을 받았다.
북한이 이처럼 2년 연속으로 연말에 평양에 초대되는 사람의 공통점은 그해 북한의 특대형 이슈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결국 김정은 체제 출범 3년차에 접어드는 가운데 북한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계층을 띄워 줌으로써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