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인자중 ‘어게인 2010’ 도모…文 최근 목소리 높여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앞두고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앞날에 다시금 이목이 쏠리고 있다.올해는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로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공식 추도식 외의 행사들이 전면취소되는 등 어느 때보다 ‘조용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6·4 지방선거 국면 등과 맞물려 물밑에서는 재도약의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친노 진영은 2007년 대선 패배후 스스로 ‘폐족’(廢族)으로 칭하며 ‘궤멸’하는 듯 했으나,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직후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서 대거 지방정부에 진출하며 부활한 뒤 급변하는 야권의 지형 속에서 분화와 부침을 거듭해 왔다.
4년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뜻으로 서울시청 광장 등을 가득 메웠던 ‘노란 물결’은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물결’로 바뀌어 전국 곳곳을 뒤덮고 있다.
지난 한해 ‘NLL(북방한계선) 정국’으로 홍역을 치른 친노 진영은 올들어 민주당과 안철수세력의 통합에 따른 세력교체로 비노(비노무현)·신주류에게 당 주도권을 내줬고, 최근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통해서도 세과시에는 역부족을 드러냈다.
그러나 극심한 공천갈등으로 김·안 공동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친노의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대선후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세월호 정국에서 ‘세월호=광주’ 발언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 대전환을 촉구한 특별성명 등을 통해 ‘심판론’에 불을 댕기는 등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를 누르고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486세대의 안희정 충남지사도 재선에 성공한다면 문 의원과 함께 야권의 차기 주자군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두 사람이 2017년 대권을 향한 ‘선의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친노 인사들은 ‘2010년의 영광’ 재현을 꿈꾸고 있다. 그해 지방선거에서 안희정 지사를 비롯, 이광재 전 강원지사,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30여명의 단체장 및 지방의원을 배출하며 화려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광역단체장 후보중 안 지사와 함께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출신의 이춘희 세종시장 후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무소속 이병완 광주시장 후보 등이 대표적 친노 인사들이다.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와 무소속 이용섭 광주시장 후보는 참여정부 각료출신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서울의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경기의 김만수 부천시장 등 10명 가량의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현역 구청장들이 재도전에 나선다.
새정치연합의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와 친노 후보들의 약진 여부에 따라 야권내 세력지형이 재편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으로, 새정치연합 세월호대책위 상황실장인 김현 의원은 22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물질과 성장 만능이 아닌, 생명과 인간 존엄성이 존중되는 나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게 국민의 소망”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그분을 모셨던 정치인들의 다짐이자 ‘노무현 정신’의 계승”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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