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악의적 중상 책임물을것”·與 “정치공세 안돼”野 “비선 국정농단 십상시 게이트”…특검·국조 실시 요구
정윤회 청와대 동향보고 문건과 관련하여 유츨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도봉경찰서 박관천 경정이 1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여권은 1일 이를 ‘국기 문란’에 따른 문건 유출 사건으로 규정하고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권은 이 사건을 ‘십상시 게이트’로 명명해 상설특검과 국정조사 실시까지 촉구하며 적극적으로 쟁점화를 시도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책임자 처벌과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며 이번 사건이 대형 정치 쟁점으로 확산하는 것을 조기에 진화하려 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랜만에 잡은 반전의 계기를 놓칠 수 없다는 듯 오히려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정치적 논란과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칫 연말 ‘법안국회’가 이번 사건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공산도 있다.
회기가 오는 9일까지인 정기국회가 2일 예산안 처리 이후에 파행 사태를 맞을 수도 있고, 정기국회 종료 이후에는 야당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임시국회 소집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도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하면서 의혹 있는 것 같이 몰아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검찰의 조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할 것”이라며 “악의적인 중상이 있었다면 그 또한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산안 처리 문제는 사실상 해결했지만 아직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 등 시급한 국정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정치 쟁점에 발목 잡혀 국정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새누리당도 야당을 향해 정치 공세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모두 이번 논란에 정교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집권 중반기부터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하고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에 공감대를 이룬 분위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 보도 문건 때문에 산적한 국정 현안이 미뤄진다거나 국가 리더십을 흔드는 그런 시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관련 인사들이 이 문제를 검찰에 고소한 만큼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고 신속히 매듭지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이른바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모두 협조하는 처지에 있기 때문에 연말 산적한 국정 현안에 여야 모두 협조하면서 정치적 공세는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번 사건을 ‘십상시(후한말 국정을 농단한 열명의 내시) 게이트’로 명명, 정윤회 씨를 비롯한 비선 실세들이 국정을 농단해왔다고 주장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게이트’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집권 3년차를 앞둔 정권의 힘을 빼고 정국의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상설특별검사 도입 또는 국정조사,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일제히 요구하고 자체 진상조사단을 통해 당 차원의 실사에 착수하는 등 파상 공격을 펴고 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선실세 몇 명이 국정을 농단한다면 어느 국민이 이 정부를 신뢰하겠느냐”면서 “이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가면 박근혜 정부에 대해 그나마 남은 신뢰가 떨어지고 그러면 이 정부는 성공은커녕 최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며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만만회’에서 ‘십상시’까지 박근혜 정부 내 비선 실세 라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청와대는 부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는 오히려 대통령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