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 김무성 대표 단독회동 안팎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사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단독 회동을 가졌다. 박 대통령의 중남미 해외 순방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갖는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긴급 회동을 갖고 ‘성완종 리스트’파문 등 국정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특검수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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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날 이 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안 카드를 꺼내든 만큼 이에 부응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지 않을 경우 정국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와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정치적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전날 처음으로 이번 파문에 대해 “부정부패에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 따른 연장선상으로도 볼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을 계기로 사실상 이 총리에 대한 ‘사퇴 수순 밟기’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문창극식 해법’이 이 총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매듭지은 바 있다.
김 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당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들을 가감 없이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여기에는 특별검사 도입은 물론 이 총리의 거취 문제까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중남미 순방이라는 정치적 휴지기를 거친 다음 정치 현안에 대한 속도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순방 기간 얽히고설킨 국내 정치의 실타래를 풀 구상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박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27일 전까지는 김 대표가 정치적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회동 후 브리핑에 나선 김 대표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브리핑 후 회동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모든 얘기를 다했다고 했지 않았냐”면서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회동에도 불구하고 상황 인식 측면에서는 적잖은 간극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역으로 김 대표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이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비판 여론과 야당의 공세를 홀로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만 떠안게 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브리핑 후 선거 지원을 위해 곧장 광주로 향했지만 4·29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한 부담도 덜어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성완종 리스트 파문 관련) 의원총회는 당분간 열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저렇게 말씀하시면 의총을 지금 당장 열 이유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다소 불만 섞인 반응을 내놨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2015-04-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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