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로드맵’ 발표…구체적 의제·내용 등은 담지 않아5·18 광주 민심, 당 내분사태 ‘분수령’ 될 듯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초계파 혁신기구’ 출범을 위한 계획을 내놓으면서 확산 일로에 있던 당 내분 사태가 수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문 대표가 지난 15일 제시한 ‘초계파 혁신기구’ 카드는 이미 비주류측으로부터 ‘꼼수’라는 반발을 산 바 있어 이번 후속 발표가 이 같은 기류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쇄신안’ 아닌 ‘로드맵’…구체적 의제 등 제외 = 이번 발표는 가급적 이번 주 내에 기구를 출범시키고 다음 달 내에 쇄신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향후 당의 쇄신을 위한 ‘로드맵’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쇄신기구가 공천·인사쇄신·당무혁신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 의제나 쇄신 내용은 없었다.
위원장 인선도 내·외부 인사 인선에 따른 여러 측면을 논의했을 뿐 위원장 발표까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실적으로 쇄신기구를 빨리 구성해야 하는데, 위원장 제안을 받은 분이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있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촉박한데 가능하겠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위원 인선 문제 역시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문 대표는 소속 의원들이 대거 결집하는 5·18 행사에서 이번 로드맵을 골자로 당의 쇄신과 변화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져 당 내분사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비노계 “시간벌기·물타기”’부글부글’ = 비노계 수장 중 한 명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지도부가 당의 위기상황을 이렇게 안이하게 파악하는가,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내용을 보더라도 시간벌기, 물타기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또한 “저와는 혁신기구에 대한 의견을 협의했지만 진행과정 내용에 대해서는 그 누구로부터도 소통이 없었다”고 지적하고 “(혁신안이) 확정된다면 주위 분들과 논의해 제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측 관계자는 “발표를 보면 구체적 입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노계 재선의원인 유성엽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노무현 정신은 정정당당”이라며 “정치공학적 술수로 자파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은 ‘친노’의 가면을 벗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무덤의 노 대통령을 모욕하는 일”이라며 “이 시간부터 ‘친노’라는 호칭을 거부한다. 대신 노무현을 모욕하는 ‘모노’라고 부르겠다”고 비난했다.
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은 18일 광주·전남 의원들이 참석하는 오찬 회동을 할 예정으로, 문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도 이 모임에 참석한다.
◇5·18 행사 앞두고 쇄신책 ‘압박감’ = 문 대표측은 지난 15일 혁신기구 구상을 제시하면서 5·18 행사 참석을 위한 광주행 전인 이날까지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추가 논의를 위한 공식 회의는 이날 한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문 대표가 광주 행사 참석 차 내려가야 해서 회의를 마쳤다”며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약간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5·18 행사에서 이날 발표보다 진전된 내용을 내놓을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 5·18 행사를 앞두고 쇄신에 대한 요구가 큰 점을 고려해 로드맵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워낙 쟁점들이 민감해 확정된 안을 낼 시간도 없었고 부담도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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